오는 7일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됩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최대 10년간 금지됐던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들고,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단축됩니다. 시장은 혼란이라는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를 규정한 법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입주 전에 분양권은 팔 수 있는데, 또 팔려면 실제로 거주는 해야 하는 사례가 생긴 겁니다. 현재 실거주 의무조항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에 묶여 있습니다.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 발표에서 두 대책의 패키지 추진을 자신했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야당 동의를 받는 데 실패하면서 입법 공백이 발생한 셈입니다.
지난 3월 28일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의원은 작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주식 거래 내부자 사전 신고제를 도입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즉 상장한 회사의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량으로 팔고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한 법안입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정부가 따로 발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의원은 정부가 발의하면 시간이 걸리니 자신의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의견을 내서 반영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금융위원회에 제의했고, 금융위도 동의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정부입법은 의원입법에 비해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더 많아 시간도 더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정부도 급하면 정부 발의 대신 여당 의원 발의로 우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요시간을 야당의원이 단축해주겠다고 나선 마당인데, 웬일인지 금융위는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이 의원이 알아봤더니 금융위의 답변은 이랬다고 합니다. "대통령 국정과제인데 야당 법안으로 어떻게 법안을 논의할 수 있느냐", "정부안은 있는데 정부 발의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여당 의원 입법 발의를 통해서 하겠다." 이 의원이 이날 소위원회에서 투자자들은 안중에도 없느냐고 질타하자 금융위 부위원장은 실무자의 해당 발언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국회 논의 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시급한 법이라면 여당발의인지, 야당발의 인지 국민 처지에서 그렇게 중요할까요? 누구 공인지 따지기에 앞서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게 이른바 '협치'일 텐데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에 대해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국회 재의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재의결을 해야 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의 2/3가 찬성해야 다시 가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회 구도를 감안하면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놓은 이른바 1호 민생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된 것입니다. 가뜩이나 경색된 여야관계는 앞으로도 단시간 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다수 야당이 가로막고, 다수 야당이 통과시킨 법은 대통령이 거부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다음 총선에서 가려보자는 심사일 겁니다. 협치는 더더군다나 물 건너가는 분위기입니다. 주택법, 자본시장법처럼 시급한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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