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끝났습니다.
윤재옥, 김학용 두 명의 후보만 출마했는데 두 명 모두 '친윤석열'계여서 밖에서 보기에는 대동소이해 보였지만 그래도 당내에서는 김학용 의원이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 윤재옥, '친윤' 김학용에 21표 차 승리1년 남은 총선을 생각하면 당 대표인 김기현 의원이 울산 출신, PK이니 원내대표는 반드시 수도권 출신이 해야 한다는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당 안팎에 퍼져 있었습니다. (윤재옥 의원은 대구 달서을, 김학용 의원은 경기도 안성이 지역구입니다.)
그리고 김학용 의원이 나경원 의원에게 패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인만큼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한번 고배를 마신 후보에게는 동료 의원들이 약간(?) 마음의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윤재옥 의원이 투표에 참여한 109명 가운데 65표를 얻어 44표에 그친 김학용 의원을 21표라는 비교적 큰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 '친윤'대전?‥친윤에도 온도차
윤재옥 의원의 승리가 단순히 'TK 승리-수도권 패배’로 정리되기에는 속사정이 좀 복잡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김학용 의원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부 친윤계 주류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김학용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 등이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학용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 시절부터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또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원내수석부대표까지 강성 친윤계가 독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의원들의 표심이 막판에 크게 흔들렸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자신들이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 '멀윤' 의원들이 사실은 상당히 많았다는 겁니다.
최근 당 지지도 하락세도 한 몫 했다는 관측도 있는데, 결국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의원들이 종합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린 유불리 결과가 '윤재옥 원내대표'로 결정된 겁니다.
■ "네 당연히 도와야죠"‥의원들 대상 선거는 뚜껑 열기 전에는 몰라
여의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가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입니다.
직접 의원회관을 돌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동료 의원에게 "못 찍어주겠다"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말 원수같은 사이가 아니면 "네 당연히 돕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당내 선거에 출마하는 의원들은 일일이 이름 옆에다 동그라미(○), 세모(△), 곱표(×)를 쳐가면서 "저 사람이 정말 나를 찍어줄까"를 분석하는데 그래도 표심을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 PK 당대표에 TK 원내대표‥"정권 심판론 50% VS 안정론 36%"
원내대표 선거를 끝으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준비 진용을 완비했습니다.
그런데 PK 당대표에 TK 원내대표로 과연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 표심을 움직일 수 얻을 수 있을까요?
"대통령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30% 초반에 머무르고 있고 국민의 힘 지지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국갤럽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과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이 50%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36%)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권심판론'이 '안정론'보다 14%포인트나 높게 나타난 겁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런 민심을 향해 새롭게 들어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신호를 보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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