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특별교부금 억원 확보"
매년 이맘때면 국회 출입기자들의 전자 메일함은 국회의원들의 이런 보도자료로 가득합니다. 올해도 여야, 지역, 국회의원 선수를 가리지 않고 자료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북의 한 의원은 초등학교 교실 개축 등에 쓸 교부금 5억여 원을 받아냈다는 자료를 냈고, 용인의 한 의원은 중학교 체육관 신축공사 비용 등 29억 원이 확정됐다고 자료를 냈습니다. 이런 보도자료는 주로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기사화됩니다. 나아가 교육청은 또 교육청대로 확보액을 홍보하고 지역 언론은 시도별 총액을 묶어 보도하기도 합니다.
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걷은 세금을 지방자치단체에 나눠 주는 돈입니다. 교육부의 특별 교부금은 통상 연 2회 나눠주는 데, 시설 확충이나 개보수 용도로 써야 합니다. 교육 시설 수준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중앙정부가 재원을 배분하는 겁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육부 장관의 쌈짓돈, 교육부장관 권력의 원천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지역구 안에 있는 학교의 민원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이 특별교부금을 따내기 위해 교육부에 줄을 대고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단 교육 예산뿐이 아닙니다. 연말 예산심사 때가 되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바쁘지 않은 의원이 없습니다. 이렇게 비례대표를 뺀 지역구 의원 253명이 한정된 예산을 놓고 자신의 지역에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상황이 전체 국가이익에도 들어맞는 걸까요?
우리나라 헌법 48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범준 사법전문 작가는 "낙후한 내 지역구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개인적' 양심이 국가이익을 우선하라는 '직무상' 양심과 충돌할 경우 '직무상' 양심을 우선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한 사람의 마음속 양심이 '개인'과 '직무'로 무 자르듯 쪼개질까요? 또 나뉜다고 해도 직무상 양심, 즉 국익을 우선시하는 게 쉬울까요? 예산을 더 타오는 수준을 넘어서, 국토 어느 곳에 인가는 들어서야 할 쓰레기 매립지나 방폐장 후보지로 '내 지역구'가 선정될 처지라면, 그 국회의원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과연 지역보다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이해충돌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학계에서는 선거제도 변화를 제시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광역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입니다. 전종익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 간담회 발제문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도 하에서 의원은 지역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다수대표제라는 점에서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이익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였음을 선거권자들에게 제시하지 않을 수 없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구를 상당한 넓이로 광역화하면 선거구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에도 좁은 지역의 이익에 관련되기보다 넓은 범위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 될 수 있고 이로써 어느 정도 부분이익의 추구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가지는 지역이익에 대한 한계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비례대표를 확장하면 국회가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의 국회진출을 명분으로 일정한 직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경우 오히려 부분 이익과의 충돌문제가 심화할 수 있는 점에서 비례대표제 자체에서 직능대표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는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원위원회의 주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고,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안이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개편'입니다. 그런데 두 제도 모두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구도를 깨뜨리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어렵고 복잡한 '방정식'처럼 여겨진다거나 또 정치인들만의 게임의 규칙 다툼 정도로 치부된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와 국익의 관점에서도 분명 돌아볼 대목이 있는 제도 변화입니다.
지난 10일 국회전원위원회에서 이탄희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행 선거구제는 국회의원, 시도의원, 구의원, 군의원이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고 제정구 의원이 나는 빈민을 위해서 국회의원 됐는데, 내 일정의 80%는 지역구 행사, 지역구 홍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경조사 정치' 비아냥 들으면서 1분 축사하려고 열 군데씩 뜁니다. 선거구가 커져야 의정 활동 단위도 커지고 생각의 크기도 커집니다."
이번에는 이런 정치현실에 변화가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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