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오늘 열렸습니다.
여야 의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명의 의원이 선거구제 개편,의원 정수 확대·축소, 비례대표 폐지·존치 등을 주제로 발언을 했습니다.
여당은 앞서 의원 정수를 최소 30명 줄여야 한다고 말한 김기현 대표의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스스로 키워왔던 국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의석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한다"면서 "보스 정치인들의 전리품처럼 쓰여온 비례대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희용 의원도 "국민의 60%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원욱 의원이 "김기현 대표께서 말씀하신 국회의원 의석 30명 축소 문제, 진지하게 검토하자"라고 말하며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의원 정수 축소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정수 축소 논의를 두고 "합당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소모적인 논의"라면서 "자칫 반정치 포퓰리즘에 편승했다,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병덕 의원은 "의원 수를 줄여서 입법부의 역할이 약화하면 누가 가장 좋아하느냐"며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도 시행령을 만들어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행정부, 각종 이권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그 많은 관료를 누가 견제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국민의힘 김기현·조경태·윤상현 의원을 거명하면서 "5만표 남짓 받아서 당선한 지역구 의원님들께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50만명의 선택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보다 진짜 의원이라고, 비례대표 의원은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느냐"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출현으로 이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도 나왔습니다.
이원욱 의원은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라고 말했고, 이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고백하자면 국회의원인 저조차도 그때의 선거법 개정 논의에 어떤 형식으로든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고, 선거법의 세세한 사항은 물론이고 당연히 그것이 가져올 결과조차도 예측할 수 없었다"며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사과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선거제 개편을 논하는 국회 전원위가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용혜인 의원은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는데 전원위가 끝나고 며칠 새 합의안을 만들고 이를 통과시키는 졸속입법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국민들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정치 개혁 논의로 보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에 대한 논의, 밥그릇 다툼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진전된 논의는 국민 공론에 부쳐 국민께 맡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도 "지역구에 따라, 정당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합치된 의견이 나온다는 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며 "4일째 논의하는 이 토론에서 정확한 답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거제 개편을 위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 이후 20년 만에 열린 이번 국회 전원위원회는, 나흘 간의 토론을 거쳐 끝났습니다.
여야는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세 가지 개편안과 전원위에서 나온 의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개특위에서 다시 하나의 개편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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