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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감사 결과 놓고 안팎으로 시끌‥내부에서도 비판

전현희 감사 결과 놓고 안팎으로 시끌‥내부에서도 비판
입력 2023-06-03 18:27 | 수정 2023-06-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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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희 감사 결과 놓고 안팎으로 시끌‥내부에서도 비판

    지난달 3일, 대심에 출석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놓고 감사원과 전 위원장 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가 전 위원장에 잘못을 묻지 않기로 하자 전 위원장이 '정의로운 결정'이라 긍정 평가했는데, 감사원이 '기관경고 조치'를 예고하며 반박하자 다시 전 위원장이 '명예훼손'이라 경고하고 나선 겁니다.

    전 정부 인사에 노골적 사퇴압박…감사원 감사 착수

    전 위원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 임명돼 오는 27일까지가 임기입니다. 권익위의 독립적 지위로 위원장은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여권은 윤석열 정부 취임 초기부터 공공연하게 사퇴를 압박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에 동의하는 분이 아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권성동 의원, 지난해 7월 4일)

    전 정부 인사인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두 번 달았던 점이 그 이유로 짐작됩니다.

    여권 지도부의 공개발언이 이어졌고 국무회의와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권익위원장이 배제됐습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해 8월 감사원이 칼을 빼 들었습니다. 권익위와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겁니다.

    감사 내내 전 위원장은 “자신을 향한 표적 감사로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반발했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내부 제보가 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지난해 7월 29일)며 의혹 확인을 위해 감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10개월에 걸친 감사 결과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감사위원회는 "불문" 결정…사무처는 반발 기류

    지난 1일,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오전 9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어 권익위원회와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감사 내용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전현희 위원장에 대해선 근무태도 부실·감사 방해·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의혹 관련 유권해석 부당 개입 등 주요 의혹 4가지가 제기돼 있는데, 감사원 사무처는 일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위원들은 불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거나, 문제 삼기 어려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겁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 6명이 모두 불문 결정에 동의해 사실상 만장일치였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무처의 감사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병호 사무총장이 극렬하게 반발했다는 후문도 들려옵니다.

    감사원, "만장일치 불문 결정 아니다." 문자공지로 반박

    이 같은 내용이 기사화되자 감사원이 휴일인 오늘(3일) 문자 공지를 통해 "6명 만장일치로 불문결정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권익위원장과 권익위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기관 주의 형태로 조치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위원장 관련 사실 중 일부는 위원장이 정무직이고 이미 수사가 요청된 점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았다"며 "감사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서술할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 공개되는 감사보고서에 일부 권익위 직원들의 위법 행위를 기술하면서, 전 위원장의 관리감독 책임은 물론 수사를 요청한 의혹도 담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전현희 위원장 "감사원 사무처의 물타기이자 명예훼손" 감사원 내부도 "격앙"

    그러자 전현희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감사원법 관련 원칙 훼손이자 명예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자신에 대한 비위의혹을 입증하지 못해 불법 표적감사인 점이 드러났는데, 권익위에 대한 기관 경고를 하면서 감사 실패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최고 의결기관인 감사위원회가 불문 결정한 사안을 감사원 사무처가 보고서에 담아 외부로 공개하는 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법적 조치도 예고했습니다.

    전 위원장이 전 정부 인사로 분류돼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온 대표적인 인물인 점, 감사원 실세로 꼽히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의욕적으로 지휘함 점을 고려하면 감사원과 전 위원장의 신경전은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 감사원의 언론공지에 감사원 내부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결정 사항을 사무처가 내용을 비틀어 언론에 공개했다는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권익위 구성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발견해 '기관주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면서 "위원장 개인에게 책임 물을 일이 없어 기관장이 아닌 기관에 주의를 주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또 "감사 결과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내용도 사실과 다른 걸 발견해 철회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불문 결정은 비위사실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감사보고서에 기술하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불문 결정 자체엔 이견이 없었는데 사무처가 이런저런 내용을 넣자고 해, 법적 문제가 없도록 정리하느라 회의가 오래 걸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회의 결과와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대변인실이 언론에 알려 내부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감사위원회 VS 사무처 간 갈등?

    현재 감사위원회 구성원인 감사위원들은 전 정부에서 임명됐습니다. 현 여권 입장에선 '알박기 인사'라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야권 성향의 감사위원회와 여권 성향의 사무처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야권 성향의 위원회에 여권 성향의 유병호 사무총장이 반발하는 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당장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선, 사무처가 수행한 감사 결과가 위원회 문턱을 넘어설 만큼 충분치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강조하면서도 전 정부 핵심인사들과 정책들을 적극 겨누고 있는 감사원.

    전 정부 핵심 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 신재생 에너지 사업, 성남시청 등이 감사대상에 올라있는 만큼 당분간 감사원이 안팎으로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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