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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입력 2023-08-28 13:49 | 수정 2023-10-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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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국방부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자료사진]

    ■ '채상병 사건'이 '항명 증거자료'?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야당 국방위원들은 '채상병 순직사건'의 처리 과정을 두고, 국방부 장관을 향해 날선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그중에서도,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
    "경북경찰청에 이첩을 하라고 지시를 했다가 보류 지시를 하셨어요. 그런데 이것을 왜 수사단이 아니고 국방부 검찰단이 가져갔습니까? 회수를 하려면 이첩한 기관이 도로 가져가야지, 왜 제3기관이 나타나서 가져갔습니까?"

    [이종섭/국방부 장관]
    "그것은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에 대한 증거 자료로 판단했기 때문에. 검찰단에서 가져온 겁니다."


    국방부장관은 이첩된 '채상병 사건'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증거자료'라고 밝혔습니다.
    [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회수 당일의 과정을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8월 2일 10시 30분경, 해병대 수사단은 경북경찰청에 '채상병 사건'을 이첩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 반쯤 후인 13시 50분경, 국방부의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회수 의사를 밝혔고, 당일 19시 20분경 결국 사건을 회수했는데요.

    이 회수를 두고 야당은 정식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공격했고, 국방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맞받았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
    "항명에 대한 증거라면 이건 회수할 일이 아니고 압수수색을 하든지 수사 협조를 받을 일이지, 그 증거 자체를 통째로 들고 가는 것 본 일이 있습니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이종섭/국방부 장관]
    "저는 법적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군사법원 관할 사건에, 일반법원 협력 원칙 적용?

    그런데 MBC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국방부의 답변서를 보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이 해명에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국방부 장관은 '항명 사건의 증거자료'기 때문에 회수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당시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에 명시적으로 이렇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경북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첩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만 경찰에 전달했고, MBC 취재진의 질의에도 동일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여기서 경찰은 '관련 법령 상호협력 원칙'에 따라 회수 요청에 응했다고 답변했는데요.

    '상호협력 원칙'은,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군검사, 군사법경찰관, 검사 및 사법경찰관이 필요한 경우 수사, 기소 또는 재판 관련 자료의 제공을 서로 요청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문제는 이 '상호협력 원칙'이 군사법원의 관할이 아닌, 일반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사건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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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국방부 장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사건 이첩이 '항명'이고, '채상병 사건'은 그것을 증명할 '항명사건의 증거자료'라고 했지요.

    군인의 항명 사건 재판권은 '군사법원'에 있기 때문에 '상호협력 원칙'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한 쪽이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적용한 게 아니라면, 국방부가 당시 '항명사건 증거'라는 경위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회수했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故 이예람 중사 사건 등, 군 관련 사건을 여러 차례 맡아온 김정환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항명 사건이라고 입건도 하기 전에 자료를 먼저 가져가고 시작한 것이 아니냐"라면서 "만약 정말 항명 사건의 증거 기록이었다면, 압수수색이나 문서 제출 명령 등 별도의 원칙으로 회수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국방부는 이같이 위법 소지를 지적하는 MBC 취재진의 질의에, "군사법원법 제231조에 근거하여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을 시도한 조사자료를 경북경찰청과 협의하에 인수했다"고 했습니다.


    ■ 경찰 이첩 자료 회수, 전례 없었다

    국방부가 '채상병 사건'을 회수할 때,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황은 또 있었습니다.

    일단 이 회수 사건 자체가, 일어난 적이 없는 일입니다.
    [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경북경찰청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군으로부터 이첩된 사건자료를 다시 회수해서 가져간 사례는 없었습니다.

    국방부 역시 "경찰에 이첩한 사건자료를 다시 회수해서 가져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회수 과정 자체도 이상했습니다.
    [국회M부스] 다급했던 국방부의 '채상병 사건' 회수, 하나씩 따져보니
    사건 당일,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13:50경, '전화상 구두로 회수 의사를 확인함'이라고 돼 있습니다.

    공문을 보내는 등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화로만 통보한 후 회수해 간 겁니다.


    ■ '정식 이첩'이 아니었다?

    이번 '채상병 사건'에서 국방부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정식 이첩'이 아니었기에, 위법한 회수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경찰에 이첩을 시도했지만 완료되지 않았기에, 이미 이첩된 사건자료를 회수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첩을 받은 기관에서도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첩을 하였다'는 것과 '이첩을 받았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김정환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는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군 사망 사고는 피해자의 고통이 너무 극심하기에, 수사의 신뢰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관할을 민간으로 넘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를 정리해서 보낸 사건인데, 경찰에서 사건 번호를 부여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국방부가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 게 과연 객관적으로 보이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정식 이첩이 아니었다는 국방부의 논리는, 장관이 직접 결재까지 해놓고 번복했던 이 사건을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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