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당해서 출산해도 수용하는 필리핀식 관용 필요" 김행 발언 논란

지난 2012년 유튜브 위키트리 채널에서 공개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대담 영상입니다.

당시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은 합헌이라고 결정한 직후였는데, 임신 중지라는 주제를 놓고 태아 인권과 여성 인권의 측면에서 무엇이 올바른지에 관한 대담을 진행한 겁니다.

김 후보자는 이 방송에서 가톨릭 국가로 임신 중지 여성을 최대 6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있는 필리핀 상황을 예로 들었습니다.

[김행/'위키트리' 창업자(당시)]
"(필리핀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코피노'예요. 한국인 남자들이 가서 필리핀 여자들을 취해서 애를 낳고 도망치는…"

김 후보자는 "필리핀에선 낙태가 금지돼 있어 여자들이 코피노를 다 낳는다"며 "코피노를 낳아도 사회가 그 아이를 관용적으로 받아들여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필리핀의 이 같은 종교문화적 특징을 우리 사회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김행/'위키트리' 창업자(당시)]
"예컨대 우리가 그 임신을 원치 않지만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했거나 어떤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을 적에 사회적 경제적 지원 이전에 우리 모두가 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으면 사실 여자가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키울 수 있다고 봐요."

필리핀과 달리 한국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팽배해서 무분별한 임신 중지와 입양이 이뤄진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김 후보자는 미혼모나 성폭행 피해자 등에 대한 사회적 관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주장까지 했습니다.

[김행/'위키트리' 창업자(당시)]
"그러니까 저는 이런 얘기를 오늘 좀 하고 싶었어요. 차제에 우리가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산모가 원치 않는 임신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원치 않는 임신일 수도 있는 거예요."

원하지 않았던 임신 또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범죄에 따른 피해로서의 임신을 한 여성이라 해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있다면 산모의 '임신 중지' 결정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10년 전의 과거 발언으로만 보기에는 김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낙태' 문제에 드러낸 인식과도 연관됩니다.

[김행/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지난 15일)]
"지금 자기 결정권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에 감춰진 낙태의 현주소를 제가 좀 들어보려고 해요. 미혼모나 미혼모가 두려워서 낳을 수 없는 부인들 또는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임신해서 도저히 낳을 수 없는 부분들 이런 부분은 국가가 책임져 줘야 돼요."

하지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임신 유지·종결 결정은 스스로 깊은 고민 끝에 내리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임신 중지를 전면 금지하는 처벌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12년 발언 내용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여성가족부 측은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 발언"으로 "편견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필리핀식 정서 등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