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5% 포인트 격차.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여당 안에선 '폭망'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오늘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마디로 망했다, 폭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서구가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전국지방선거 당시 강서구에서의 득표율을 생각하면 원래 '험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강서구에서만 56%를 득표하며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14% 포인트 격차로 따돌렸고, 이번에 낙마한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도 그 때는 민주당 김승현 후보에게 2% 포인트 넘게 승리했습니다.
구상찬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너무 큰 차이로 패배해서 충격이 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당의 원로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에 "강서 보선의 역대급 참패는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썼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걸쳐 쌓아올린 자산이 오늘로서 완벽하게 리셋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이비 평론이 맞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지역에 대한 당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몇달전부터 흘러나왔습니다.
당의 중진인 안철수·윤상현 의원은 당내 인재 부족과 전략 부재를 비판하며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당 비하 발언이 수위를 넘는다는 이유로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의원 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 한다"고 공개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도 당시 국민의힘 연찬회 자리에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언론이 만든 이야기'라고 일축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18% 포인트 차 패배'를 예측했다가, 김병민 최고위원으로부터 '인디언 기우제식 평론, 사이비 평론'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 된 듯 합니다.
이 전 대표의 냉정했던 예측도 거의 적중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도 이제는 수도권 위기론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산 책임론
대패의 원인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옵니다.
공무상 비밀누설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구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태우 후보가 석달만에 대통령의 사면을 통해 다시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구상찬 선대위원장은 "보궐선거를 만든 당사자가 사면 복권으로 다시 나왔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일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권의 오만함으로 국민들에게 비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후보를 3개월 만에 사면, 복권 시켜서 내보낸 것은 대통령의 의지였다"며, "당에서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 있는 후보를 냈고, 선거 운동만 뒤치다꺼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거론됐습니다.
천하람 위원장은 이번 선거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며, 가장 큰 요소는 대통령의 지지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래도 구청장 한 명을 뽑는 선거인데다가 대통령의 책임이 부각돼서인지, 당 지도부에 대한 사퇴 요구는 두드러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와 통화에서 "정부는 어떠한 선거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6개월 남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초 비공개로 진행하려던 지도부 회의를 전격 공개하며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을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의 약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당 지도부는 오늘 대통령실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권고 의사부터 전달했습니다.
'주식 파킹'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쌓인 김 후보자는 최근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은 상태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에서 이렇게 진 상황에서 임명을 하면 국민과 맞서자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지도부 내 이견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SNS에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고, 홍준표 시장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고 글을 적었습니다.
꾸준히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웠던 윤상현 의원은 혁신위원회 구성을 며칠째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내년 4월 10일입니다.
총선을 여섯 달 앞둔 상황에서 여당은 내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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