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건 발생 당시 관련당국의 초동대처가 부실했고 당국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수사결과를 왜곡했다는 취지입니다.
감사원은 오늘 국방부와 통일부, 해경 등 3개 기관 관계자 13명에 대해 징계와 주의를 요구했다며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망 전 인지하고도 구호 조치 미이행">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생존했을 당시 관계기관들이 상황을 보고하거나 전파하지 않고 조기퇴근했고, 대북전통문을 발송하지 않는 등 규정에 따른 구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이 2020년 9월 22일 오후 5시 18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안보실은 통일부 등에 위기상황을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 회의'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서해 공무원을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센터장은 상황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반쯤 퇴근했고, 서훈 안보실장도 그 이전에 퇴근했습니다.
해경은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보안 유지를 이유로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수색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각 통일부도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당일 오후 3시 반쯤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지만, 구조되지 않은 채 표류 상태로 장시간 방치되다 밤 9시40분쯤부터 10시 50분까지 북한군에게 피살되고 시신은 해상에서 소각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살된 이후엔 사건 은폐">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이 피살된 것을 인지한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자료를 삭제하고, 실종 상태인 것처럼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이 씨 시신 소각 사실에 대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쯤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통일부는 전날 국정원을 통해 사건을 알았는데도 국회와 언론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으로 알렸고, 국방부는 안보실 지시로 23일 오후 1시 30분쯤 기자들에게 이 씨가 실종 상태인 것처럼 문자를 배포하고 오후 4시 35분 생존 시에는 발송하지 않았던 대북전통문을 발송했습니다.
감사원은 정부가 이 씨의 자진 월북으로 수차례 발표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고 이 씨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감사 착수부터 이례적인 중간 발표까지 논란>
이 사건은 착수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17일 감사에 착수했는데 착수 경위에 대해 유병호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새벽 4시에 뉴스를 보다 못 참아서 아침 8시에 참모회의를 소집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전날 해양경찰청이 "이대준 씨가 스스로 월북을 시도했다"는 기존 판단을 번복했는데, 이 내용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사람 목숨을 갖고 공직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최재해 감사원장에 감사 착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감사 착수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4일엔 중간 발표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경 등 5개 기관의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며 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까지 했습니다.
18쪽에 이르는 보도자료에는 날짜와 시간별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구체적인 발언과 지시사항이 소개됐고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구체적인 혐의도 적시돼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법조계에선 중요감사결과의 경우 반드시 감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감사원법 제12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팽개치고 대통령실의 청부를 받아 감사한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런 논란 끝에 감사 결과가 나온 건데, 감사원은 국가기밀이 포함돼 있다며 감사보고서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배포된 보도자료는 지난해 10월 중간 발표 내용과 거의 비슷한데, 당시 지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는 의미라고 감사원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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