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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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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M본부] "압수수색 영장 있습니까?"‥'압수영장도 심문' 추진에 검·법 갈등

[서초동M본부] "압수수색 영장 있습니까?"‥'압수영장도 심문' 추진에 검·법 갈등
입력 2023-02-12 10:26 | 수정 2023-02-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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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M본부] "압수수색 영장 있습니까?"‥'압수영장도 심문' 추진에 검·법 갈등
    ■ 강제수사의 첫 절차 '압수수색'

    "검찰이 수사관과 검사들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기사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압수수색 기사에는 몇 가지 표현들이 따라붙습니다. '본격적인 수사 착수', '첫 강제수사' 같은 표현들입니다.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형사소송법 제215조)'을 포착하면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수사 절차입니다.

    수사기관은 고소·고발·제보·인지 등을 통해 범죄 정황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를 합니다. 그런 다음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한 뒤, 분석을 통해 중대한 범죄라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해 재판에 넘깁니다. '증거재판주의', 즉 증거가 없으면 심증이 가도 무죄로 봐야 하기 때문에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 입증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 공포의 파란색 박스‥"영장 있습니까? 보여주시죠."

    다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압수와 수색을 당해야 하는 강제수사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겠죠. "영장 있습니까? 보여주시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갑작스레 파란색 박스를 들고 들이닥친 수사관들에게, 압수수색 대상자가 가장 먼저 던지는 말입니다.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합니다. 아래 법 조항이 규정하는 내용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 수색, 검증) ① 검사는 범죄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해당 사건의 수사 기록을 첨부합니다. 이를 전달받은 영장전담판사는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서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따집니다. 1)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는 점 2) 증거 존재의 개연성 3) 압수의 필요성.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검사는 '범죄 정황'만 가지고도 영장을 청구하는데, 판사 역시 '정황'을 담은 서류만 들여다본 뒤에 강제수사를 허용할지 여부를 정해야 하는 겁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 비공식적으로 담당 판사가 수사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보는 일이 있지만 매우 드문 일입니다. 결국 서류 검토로 영장 발부나 전부·일부 기각의 여부가 결정됩니다.

    물론 강제수사의 정도가 더 심한 피의자 구속, 즉 사람을 잡아두려고 할 때는, 반드시 구속 전에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야 합니다. 신체를 구속하는 일이 정말로 필요한지 엄격히 따지는 겁니다.
    [서초동M본부] "압수수색 영장 있습니까?"‥'압수영장도 심문' 추진에 검·법 갈등
    ■ 대법원, 압수수색 영장에도 판사 심문 제도 도입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구속영장 뿐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도 판사가 사건관련자나 제보자, 피의자 등을 심문하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판사가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고, 검사가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습니다.

    개정 방향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임의적으로 판사가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노트북 등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되지 않도록 명확한 범위나 키워드를 정해 필요한 부분만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국가에게 강제수사를 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기본권과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입니다.

    지난 2021년 공식적으로 압수수색 사전 심문을 제안한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가 당시 작성한 대면 심문의 필요성과 효과는 이렇습니다. 실질적으로 제보자 등을 직접 대면해 심문하는 절차가 법령상 규정돼 있지 않으니, 상황에 따라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자는 겁니다.

    해외 사례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실무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는 경우 청문회에 가까운 수준의 심리가 이뤄진다고 밝혔습니다. 사전 심문으로 인해 1)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2) 탐색적 수색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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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의 반발 "수사 밀행성 해쳐"‥대법원 "문제 없어"

    이 내용이 알려지자 대검찰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가장 우려하는 건 '수사 밀행성', 즉 피의자에게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새나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대검찰청이 MBC를 비롯한 언론에 보낸 입장문 중 일부 입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범죄수사의 초기 착수 단계에서 청구되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고 사건관계인들에 대해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수사지연 등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

    압수수색은 증거를 확보하는 중요한 절차인데, 그 전에 법원에서 사전에 관련자들을 불러 심문하면 시간이 지연되고 오히려 피의자가 그사이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수사와 재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자 대법원도 설명자료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대면 심문을 하는 대상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아니라 영장을 신청한 경찰이나 검사, 수사기관 그리고 제보자 등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알 가능성이 매우 적어 수사 기밀이 유출되진 않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또 대면 심문 자체가 모든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임의적인 절차로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사전 심문이 수사기관에 더 좋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100번 청구했을 때, 대면 심문을 하게 되는 건 압수수색의 필요성, 즉 범죄 정황이 애매한 10건 정도에 그칠 것인데, 이때 수사기관이 법원에 수사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류만 보고 판사가 영장발부를 기각하는 것 보다는, 직접 수사기관이나 관련자가 대면으로 설명하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선 경찰과 검사, 수사관들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면서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가 청구 당일에 결정되지 않고 늦어지는데, 사전 심문 제도가 도입되면 수사는 더욱 지연되고 빠르게 압수해야 할 증거물이 훼손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은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 개정에 대해서도 한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할 때 집행계획을 내면서 키워드를 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예컨대 마약 수사를 할 때 전부 은어를 쓰는데 키워드를 '마약'이라고 치면 뭐가 나오겠냐"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피의자가 아닌 제보자에 대한 심문이 이뤄진다 해도, 통상 제보자는 피의자 주변 인물일 가능성이 있고, 이들이 심문 통지를 받으면 피의자나 피압수자에게도 영장 예정사실이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기록상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이 소명되지 못하면, 수사기관에 보완을 요구하거나 영장을 기각하면 되는데, 수사기관의 설명을 듣고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는 발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 수사권 남용 막아야하지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 방어수단 우려"

    변호사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수사권 남용을 막는 효과적 수단, 그리고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우려하는 지점은 비슷했습니다.

    김정철 변호사는 "심문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이에게는 심문없이 쉽게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고, 힘있고 돈 있는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만 심문의 대상이 되어 법집행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정환 변호사도 "결국 압수수색 위기에 처한 재벌이나 정치인, 고위 관료를 위한 방어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도 "변호인이 선임돼 첨예하게 다투는 사건이나 권력자, 가진 자의 부패사건 등에만 선택적으로 심문이 적용된다면, 결국 서민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은 쉽게 발부되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사건만 심문기일까지 잡아 혜택을 주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힘있고 돈 있는 자들이 압수수색에서까지 특혜를 받게 된다면, 수사기관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 역시 매우 낮아지고,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가능성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서초동M본부] "압수수색 영장 있습니까?"‥'압수영장도 심문' 추진에 검·법 갈등
    ■ "검찰총장도 기사 보고 알았다" 절차 두고도 설전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공개하는 절차를 두고도 반발이 컸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님도 기사를 보고 내용을 아셨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슬그머니 입법예고를 올리고, 유관기관에는 통지나 협의가 없었다"면서 "반칙 정도가 아니라 도둑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검찰청의 입장문에도 "사전에 어떠한 협의나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돼 유감"이라며 "70여년간 계속된 압수수색영장과 관련돼 생경한 절차를 도입하려면 국민과 관계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와 숙고를 거쳐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의견수렴이나 협의없이 규칙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14일까지 40일 동안 관계기관인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 경찰청 등의 의견을 받을 예정이라며, 다른 의견에 대해 검토를 거치고 그 내용까지 반영해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만약 별 문제 없이 개정안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당장 오는 6월부터 새 규칙이 적용됩니다. 검찰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반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법원행정처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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