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의 '홀치기' 관련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 [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위는 52차 위원회를 열고, 고 신 모 씨가 직물 특수염색 기법의 특허권을 포기하는 과정에 박정희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국가의 조직적 강요가 있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홀치기'라 불리는 특수염색 기법을 발명해 특허권을 갖고 있던 신 씨는 지난 1972년 자신의 기술을 따라한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5억 2천여 만을 배상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판결 2주 뒤 기자를 사칭한 수사관들이 신 씨를 중앙정보부 남산 분실로 끌고갔고, 소송을 자진 취하하고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자필 각서를 쓰도록 했습니다.
신 씨는 특허를 포기한 뒤에도 과거 특허 취득 과정에서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특허를 심사한 공무원 4명도 직위해제되고 수사 과정에서 신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담당 판사는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신 씨 사건의 배경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강제 구금과 폭력 등 각종 가혹행위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위원회가 입수한 당시 중앙정보부 보고 문건을 보면, 박 대통령이 '홀치기' 특허와 관련해 상공부 장관에게 "문제점을 아직까지 시정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시기의 또 다른 문건에서도 '각하 지시사항'이라며, "홀치기 제품에 대한 특허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상공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보고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돼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섬유수출기업들이 사익을 위해 대통령에게 청탁해 공권력 남용을 부추겼다는 것이 진실화해위의 판단입니다.
앞서 신 씨는 생전인 2006년 1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지만 당시 중앙정보부 내부 문건을 입수하지 못했던 위원회는 사건을 1차례 각하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앞선 각하 결정에 대해 유족과 고인에게 사과드린다"며 국가가 나서서 재심 등 피해·명예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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