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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민욱

'모두가 No' 설악산 케이블카 외부 전문기관 검토자료 입수

'모두가 No' 설악산 케이블카 외부 전문기관 검토자료 입수
입력 2023-02-21 06:05 | 수정 2023-02-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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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No' 설악산 케이블카 외부 전문기관 검토자료 입수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서, 외부 전문기관 모두 '부정적'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됨."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자 환경영향평가 외부전문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이 최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와 관련해 환경부에 전달한 의견입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은)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관리적 측면에서 원형보존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공간"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지역이니 케이블카를 설치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번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서 검토에 참여한 외부전문기관은 한국환경연구원을 포함 모두 5곳입니다. 나머지 네 곳은 환경부 소속이거나 산하라고 볼 수 있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국립기상과학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외부 전문기관 5곳 모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물론 환경부 소관이 아닌 한국환경연구원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입장을 냈지만 다른 곳들도 비슷합니다.
    '모두가 No' 설악산 케이블카 외부 전문기관 검토자료 입수

    자료제공 :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양양군의 피해 저감 대책으로는 산양 서식지 큰 훼손 못 막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산양 서식지 훼손 여부였습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입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설악산 정상부 끝청과 그 아래쪽은 산양의 중요한 서식지 중 한 곳입니다. 환경단체 뿐 아니라 정부도 케이블카 설치 예상 지역, 특히 상부 정류장 부근이 산양의 핵심 서식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양양군은 아직 전부가 공개되지 않은 이번 2차 보완서를 통해 여러 산양 서식지 훼손 저감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기관의 평가는 냉혹하기까지 합니다.
    "입지 타당성 측면에서 적절한 시설물 설치계획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움"(한국환경연구원)
    "산양의 케이블카 설치 지역 회피가 가능하다는 양양군의 주장은 과학적 합리성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았고 적절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함"(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은 "상부정류장의 구역설정은 '산양서식지 핵심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하라고 '권고'합니다. 산양서시식지 핵심구역이 아닌 곳에 상부정류장을 만들라는 얘기인데 지금의 사업 계획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모두가 No' 설악산 케이블카 외부 전문기관 검토자료 입수

    자료제공 :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다른 동물이나 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양군이 두 번이나 수정해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로는 훼손이 불가피하고 저감 대책도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시설물 안전과 관련해 케이블카 설치 지역의 풍속(바람의 속도) 자료 검토를 맡은 국립기상과학원은 양양군이 케이블을 걸기 위해 세울 예정인 탑 상부의 풍속 자료 대신 1.3km 떨어진 중청대피소 자동기상관측장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2019년 부동의된 환경영향평가, 중앙행심위 결정으로 재보완 진행

    여기서 잠시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역사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현재 다시 한번 환경영향평가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양양군은 2016년 첫번째 환경영향평가서를 냈는데 관할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보완'을 요청받았습니다. 그리고 2019년 보완서를 냈는데 환경부는 당시 조명래 장관이 직접 나와서 '부동의'를 발표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핵심 보호구역의 환경이 훼손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논쟁은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에 '재보완'의 기회를 주라고 결정하면서 다시 불거집니다. 절차상 '부동의'하기 전에 추가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양양군은 원주지방환경청에 이 '재보완서'를 제출합니다.

    논란의 '사적 계약' 확약서‥재보완서에 그대로 반영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확약서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다음 달,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도, 양양군과 일종의 확약서를 씁니다.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작성할 때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위치 변경을 사실상 묵인하고 조사나 자료 측정의 일부 편의를 봐주는 내용들이 포함돼 논란이 됐습니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위치가 바뀌면 사실상 사업계획서가 바뀌는 것이어서 재보완이 아니라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아 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환경부가 케이블카를 이번에는 허가해주려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환경단체가 이 확약서를 작성한 당사자들을 고소했고 환경부 장관도 법률 검토 결과 '사적 계약'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모두가 No' 설악산 케이블카 외부 전문기관 검토자료 입수

    확약서 15일 뉴스데스크 위기의 국립공원

    양양군이 작년 12월에 제출한 재보완서는 아직 완전히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입수된 외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보면 확약서의 내용들이 대부분 재보완서에 담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부정류장의 위치를 변경해서 다시 산양 서식지 훼손 여부 등을 검토했습니다. 앞서 국립기상과학원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언급한 중청대피소 자동기상관측장비 풍속 자료 활용 역시 확약서에 있던 내용입니다.

    재보완서 상부정류장 위치 변경으로 훼손 오히려 증가

    재보완서에 포함된 상부정류장 위치 변경은 특히 조심스럽습니다. 양양군은 1차 보완서보다 상부정류장의 위치를 보다 아래쪽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2차 보완서를 제출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객이 설악산 능선부의 탐방로를 통해 대청봉 등 정상으로 가지 못하도록 탐방로에서 보다 떨어트린 곳에 상부 정류장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 보다 급경사지에 상부정류장이 만들어지면서 훼손량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훼손이 오히려 증가한다"며 "토공량(토목 공사 작업에서 다루는 흙의 양) 역시 8,300㎥ 증가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립생태원은 검토의견서를 통해 "전체 사업면적의 지형변화지수가 증가했다(0.338→0.425)며 지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 조정을 강구하라"고 명시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동의'해주기 어려운 자료들‥환경부의 선택은?

    이제 공은 환경부에게 돌아갔습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고려해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전문기관들이 모두 재보완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겁니다. 여기에 더해 스스로 법적 근거가 없다던 확약서의 내용도 상당수 재보완서에 포함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장관 입장에서는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동의를 해주고 싶어도 해주기 곤란한 상황이 된 겁니다.

    지난해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때마다 언급되는 스위스 얘기를 해볼까요? 취재팀이 스위스 국립공원 측에 직접 메일을 보내 물어봤더니 "스위스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지 않고 설치된 적도 없다"는 답이 왔습니다. 알프스의 나라, 케이블카와 산악열차의 나라 스위스도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습니다. 수 백개라는 스위스 케이블카는 모두 국립공원이 아닌 곳에 놓여 있는 겁니다.

    물론 외부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은 의견일 뿐입니다. 최종 결론은 환경부가 내릴 겁니다. 하지만 5개 외부 전문기관이 지난 오랜 기간 갈등의 과정을 알고도 부정적 입장을 냈다는 것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환경부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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