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학대 교사 수, 최근 5년간 8천 명을 넘겨‥실제 2010년부터 5년 동안 6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아동학대 교사 수
- 정서적 학대의 무서움, 학생들의 이름도 마음대로 부르지 못해 생활지도를 할 수 없는 교사들‥
7일 밤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에서는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했던 일선 교사들의 상황을 취재했다.
이혜숙(가명) 선생님은 경력 35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 지난 2월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이선생님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장면을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아픈 학생에게 까치발로 걷도록 시킨 것이 아동학대로 간주되었다. 이선생님은 2년 전 가르쳤던 학생의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했으며 사건의 시작은 2021년 4월이라고 밝혔다. 그 날 현수(가명)는 물병을 구기며 수업을 방해했고, 선생님은 빨간 카드를 들고 있는 호랑이 캐릭터 옆에 현수(가명)의 이름표를 붙였다. 그리고 선생님은 생활 지도의 명목으로 현수(가명)에게 방과 후 교실 청소를 시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가명)의 학부모에게 전화가 와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 왜 청소를 시켰는지 물었다고 했다. 뒤이어 학부모는 학교로 직접 찾아와 항의를 했으며 사건 다음 날부터 현수(가명)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무단결석이 이틀 째 되던 날, 선생님은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를 하던 도중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밝혔다.그 이후, 학부모는 관계기관에 담임과 학교에 관한 각종 민원을 스무 건 이상 제기했다. 그로 인해 담임교사는 즉각적으로 교체되었으며, 선생님은 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이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학부모 측에서 제출한 현수(가명)의 진단서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호랑이캐릭터로 촉발된 본 사건은 긴 시간 끝에 검찰의 기소유예로 판결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교육청에서는 선생님에게 견책이라는 징계를 내렸으며, 그 해 선생님의 급여는 1,500만 원 이상 감액되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선생님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1차 수사 기관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경찰은 의견서, 진단서,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의 자문 등을 통해 사건을 판단한다고 밝혔다. 본 사건의 담당 검사 역시 주요 근거로 전문 기관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김재욱 교사는 "아동 보호 전문 기관 사례 결정 위원회의 의견이 법적 의견이 아니며, 자문하는 역할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것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아동 보호 전문 기관에서 아동학대로 보인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걸 뒤집냐'라는 입장이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일선 교사들은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제작진이 만난 교사 A씨는 "모든 게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운이 나쁘면 고소를 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사 B씨는 "아이가 고의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며 수업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의 이름을 불러서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하면 안되지'라고 못한다. 반 전체에 누군가를 특정해서 수치심을 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만난 일선 교사의 대부분은 부담감 때문에 적극적으로 생활 지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2021년 11월, 유서영(가명) 선생님은 학부모가 수업 중에 교실로 들이닥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폭언을 퍼붓던 학부모는 선생님의 멱살을 잡았다고 했다. 선생님은 그 일로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진 학부모는 역으로 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선생님은 넉 달간 구청과 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며, 자신의 무죄를 증명했다. 결국 선생님은 무혐의가 인정되었지만, 마음의 병이 생긴 선생님은 교사 일을 2년째 쉬고 있다고 밝혔다. 선생님은 제작진에게 "나는 그냥 여기 소속된 교사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만 하는데, 왜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 건가? 그런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라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학교와 교육청도 선생님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그저 혼자서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했다는 사실이 선생님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밝혔다.취재를 하는 동안 제작진은 교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교사들의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그중, 제작진은 부산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교사의 유가족과 연락이 닿은 제작진은, 故 김은정(가명)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선생님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교원대에 들어갔다고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임용고시를 단 번에 통과하여 어머니를 기쁘게 했었지만, 교권침해와 관련해 2021년 여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선생님의 부모님은 "바르고 법대로 살아온 딸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김선생님은 여러 건의 아동학대로 신고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스테이플러 때문이었다. 김 선생님은 수업 시간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에게 스테이플러를 빌려주다가 욕설을 한 학생을 복도로 내보내며 학생에게 쓰기 싫다는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 그 이유로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했다. 교감선생님은 사건이 커지기 전에 학부모를 직접 찾아가 사과할 것을 권했지만, 선생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교감은 "학부모가 병원에 가서 정신과 진단서를 끊어 오면 아동학대로 결론이 난다"라고 밝히며, 학부모는 관계 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해당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김 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김선생님은 그 즉시 담임에게 배제돼 교실을 떠났다고 했다. 김선생님의 유서 속에는 ”몇 달째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너무 많이 지쳤습니다. 앞으로의 일들을 헤쳐나갈 에너지도 돈도 없습니다. 너무 힘이 없어 그만 포기하고 쉬고 싶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올해로 교직 경력 20년이 되는 최윤정(가명) 선생님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총 여섯 건의 고소 내용 중 하나는 선생님이 정후(가명)에게 책상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정후(가명)가 친구를 때리고 있다는 말에 교실로 달려가서 아이들을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책상을 넘어뜨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여섯 건의 고소 내용 중 학부모와 선생님의 주장이 일치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현재 학부모는 형사 고소와 함께 수천만 원의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취재를 하던 와중, 최선생님 덕분에 교사가 된 제자가 제작진을 찾아왔다. 19년 전 최선생님의 제자 A씨는 입시 자기소개서를 보여주며 "5학년 때 최선생님을 보고 나도 이런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며, 선생님 덕분에 교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최선생님의 제자 B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최선생님이 가방과 옷을 사주며 용기를 주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제작진에게 말해주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민원이 형사사건이 되지 않도록 학교나 교육청 내에 중재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 인권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교사에게 학생들을 온전히 가르칠 수 있는데 기울이지 못하게 하고 이 민원까지를 다 떠안고 가게 하는가. 이 시스템에 대한 질문인 거죠 사실. 이걸 갖춰주지 않고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네 담당이야, 네가 책임져. 그게 곧바로 사법적 논리로 넘어가고 이렇게 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선생님은 제작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전국에 굉장히 많은 선생님들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거든요. 근데 이게 그동안 이렇게 언론에 나오지 않았던 것은 학대 신고를 받으시면 일반적인 선생님들이 다 병가를 쓰고 들어가세요. 아니면 합의금을 주시죠. 아동학대라는 것을 무기로 선생님들을 고소하고 공격했을 때 우리가 방어할 방법이 없다는 거‥그리고 그것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거, 그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회
PD수첩팀
[PD수첩] 무너지는 교권,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선생님들
[PD수첩] 무너지는 교권,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선생님들
입력 2023-03-07 22:40 |
수정 2023-03-0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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