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무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대적으로 수사한 끝에 나온 결과로는 초라했습니다. 소위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사건 얘기입니다. 출국금지를 실행한 이규원 검사만 일부 혐의에 선고유예를 받았을 뿐 이성윤 검사장 등 관련자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찰의 부실한 수사도 무죄 판결의 원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특히, 김학의 출금이 불법으로 이뤄졌다는 수사를 막았다는, 수사 외압 사건이 그렇습니다. 김학의 출국금지 두고 대대적 수사… 2년 만에 '전원 무죄'
2021년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검찰은 2019년 밤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출국하려던 김학의 전 차관을 막아세운 과정에 대한 수사에 본격 돌입합니다. 공익신고자의 내부 고발이 발단이 됐습니다. 수사가 큰 관심을 받은 건 그 파급력 때문이었습니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에 관여된 기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로, 문재인 정부 주요 인물들이 거론됐기 때문입니다.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과 문재인 정권이 대립각을 세우던 상황, 정권을 겨눈 수사가 시작된 겁니다.
여기에, 추가 공익신고 내용까지 공개됐습니다. 2019년 당시 출국 금지의 불법성을 수사하려던 안양지청 수사팀에 '윗선'의 압력이 가해졌다는 내용입니다. 사건의 폭발력은 더 커졌습니다. 추후 현직 부장검사로 밝혀진 공인신고자는,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이 수사를 막아세웠다고 지목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윤석열 총장에 이어 차기 총장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었습니다. 언론들은 "차기 검찰총장 구도에 불똥이 튀었다"며 수사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이례적으로 안양지청이 담당하던 이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배당했습니다.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에 미온적이어서 재배당했다는 분석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차기 검찰총장 구도 뒤흔든 수사… 한 달여 만에 줄줄이 기소
수원지검은 사건을 넘겨받은지 일주일만에 법무부를 압수수색하고 거침없이 외압 의혹을 파헤쳤습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에 근무했던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수원지검 소속 수사팀이 직접 조사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성윤 지검장은 법에 따라 고위공직자수사처에서 수사를 맡아야 한다며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수사팀은 네 차례 소환을 통보하며 압박한 끝에 대면 조사했습니다.
수사팀은 본격 수사 착수 한달여 만에 불법적으로 김학의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혐의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재판에 넘겼고, 이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수사 방해 혐의에 대해선 이성윤 지검장만 먼저 재판에 넘겼습니다. 관련된 다른 검사들은 공수처로 이첩했습니다.
이성윤 꾸짖은 검찰 "수사 무마, 검찰 역할 부정한 큰 죄"
검찰이 공소장에서 이성윤 검사장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본 행위는 다섯 가지였습니다.
① 이성윤은 안양지청이 이규원 검사의 비위를 수사하겠다고 하자 승인하지 않고 휘하 과장을 시켜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② 이성윤은 직접 안양지청 배용원 차장검사에게 전화해서 "김학의 출국 금지는 이미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가 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③ 이성윤은 안양지청에 연락해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 조사 경위를 보고서로 내라고 요구했다.
④ 이성윤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출입국본부 직원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 녹화 자료가 있느냐"고 물었다.
⑤ 이성윤은 문홍성 선임연구관을 시켜 안양지청의 수사결과 보고서에 출국금지 과정의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더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법정에서 검사는 이같은 행위가 "법질서 수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부정했다"면서 "수사를 덮는 건 검사가 업무상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라고 엄중히 꾸짖었습니다.
법원 "막연한 추측, 객관 증거 부족"…체면 구긴 검찰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이 검사장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며 기소 내용 전반을 강한 어조로 부정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다섯 가지 직권남용 행위 자체가 "증거가 없다"거나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소 내용이 앞뒤가 서로 상충된다, 그러니까 모순된다는 지적도 판결문에 담았습니다.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검찰로서는 크게 체면을 구겼습니다.
먼저 수사를 막았다, 가장 중요한 수사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혐의(①)부터 보겠습니다. 법원은 애초에 안양지청이 수사를 승인해달라며 요청한 것이 정식 요청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위는 이렇습니다.
2019년 6월 19일 밤 8시 58분. 출국금지 관련 수사를 맡았던 안양지청의 윤 모 검사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메신저로 대검 반부패부 검찰 연구관에게 보고서 하나를 보냅니다. 제목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 2분 뒤엔 개인 휴대전화로 문서를 찍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 취지는 비위 행위에 대하여 지침에 따라 발생 보고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문자를 남겼습니다. 즉, 이규원 검사가 불법으로 출국 금지를 진행한 비위 행위를 알게 돼 지침에 따른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입니다.
안양지청, 수사 승인 요청했나? 내용도, 방식도 '이례적'
문제는 일과 시간이 지나 밤늦게 전달된 이 보고가 양식도 제목도,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부패수사 전담 부서가 없는 안양지청의 경우, [부패범죄수사 절차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검찰총장 승인을 얻어 수사를 개시해야 합니다. 정해진 수사계획서 양식에 맞춰 간단한 수사대상자의 인적사항과 수사단서를 적어 대검의 반부패부를 통해 보고하는 방식인데, 윤 검사가 보낸 보고서의 양식은 이와 전혀 달랐습니다. 더구나 제목처럼 검사의 비위를 보고하는 것이라면, 보고서의 수신처는 반부패부가 아닌 감찰과가 돼야 했습니다.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은 검사의 비위 사실을 발견한 즉시 기관장(안양지청장)이 감찰라인(대검 감찰1과)을 통해 검찰총장과 고등검찰청(수원고검)에 보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김형근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비위발생 보고서는 감찰본부로 보내야 할 내용인데 수사지휘과로 왔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형식을 보면 (기관명이 아닌) 검사의 이름이 써있어서 '혹시 내부 보고용으로 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법정 증언했습니다.
보고서를 보낸 윤 검사 법정 진술도 검찰 주장과 달랐습니다. 윤 검사는 증언대에서 "감찰라인 보고 전 지휘 부서인 대검 반부패부에 미리 알린다는 의미였지 보고에 대한 승인을 받으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검찰은 승인을 하지 않아 직권남용이라고 기소했지만, 관련자들이 보기엔 승인 요청 자체가 불확실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결국 윤 검사는 (1)반부패부를 통해 검찰총장으로부터 부패범죄수사 승인을 받고 착수하는 방법과 (2)대검 감찰본부와 수원고등검찰청에 보고하고 지휘를 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방법 중 (2)를 택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윤 검사가 (2)의 경로를 밟으려고 했다면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의 승인이 아니라 수원고검장이나 대검 감찰부장의 승인을 받으면 됐기 때문에, 이성윤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검찰 최고 수장은 이 논란을 어떻게 봤을까. 법정에까지 불려나온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보고서 내용이 "대검에 떠넘기는 것, 절차상 너무 이례적"이라며 절차와 계통에 맞지 않는 보고서라고 진술했습니다. 문 전 총장의 설명입니다.
"보고서가 절차대로 올라오면 수원고검장이 보고서를 (총장에게) 보냈어야 한다. (안양지청이) 수원고검장에 보고서를 보내지는 않고 대검에 수원고검장에게 '입건 승인을 받아도 될까요?'라고 묻는 꼴이다. (만약) 대검이 먼저 승인하면 수원고검장이 거부할 수 있겠나. '내가 수원고검에 승인요청을 할 테니 알고 계세요'라고 알린 것인지, 그럼 대검에서 막아주길 바란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알아서 수원지검 보고하라' 했는데 '사건 덮으라?' 해석"
보고서 제출 직후에 이뤄진 대검과 안양지청 지휘부간 통화에 대해선 진술이 엇갈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현철 안양지청장은 "안양지청에서 알아서 하라라고 했는데 이건 수사를 하지 말고 덮으라는 취지였다"고 말한 반면, 전화를 건 대검 반부패부의 김형근 과장은 "비위 혐의 발생보고는 안양지청장이 알아서 수원고검에 하면 된다는 의미였다"고 반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현철 지청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알아서 보고하라고 한 걸 알아서 덮으라고 받아들인 것도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과장이 이규원 검사 혐의와 관련해 동부지검장을 조사하라고 권유까지 했다는 것도 고려됐습니다. 혐의를 은폐하려는 이가 오히려 수사에 협조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대학교 동문 후배이자, 연수원 후배, 또 직급상으로도 하급자인 김 과장이 이 지청장에게 무례한 외압성 발언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나머지 행위 역시 마찬가집니다. 검찰은 보고서가 전달된 다음날 무렵(20일에서 22일 사이) 이성윤 검사장이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당시 출국금지는 이미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가 된 사안"이라고 설명하며 "수사에 문제가 많으니 그만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②행위)을 '압력행사'로 보고기소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았던 배 차장검사는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발언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대검은 이 수사를 원하지 않는구나'는 느낌을 얘기할 뿐이었습니다. 또 검찰은 이 '압박성 통화'가 있었다는 증거는 확보되지 못 했습니다. 반면, 이 검사장이 배 차장검사가 얘기한 날과 다른 날짜의 통화목록(26일)을 휴대전화에서 찾아 법정에서 제시하며 당시 통화 취지를 설명했는데, 배 차장검사는 아예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친윤' 윤대진 빼고 '친문재인 이성윤만 문제 삼은 검찰
분명 수사팀이 '윗선'의 압박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압박의 출처가 어디냐는 겁니다. 당시 안양지청이 계속 수사를 하기 위해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자, 대검에서 경위서를 내라고 하고 영상녹화 자료가 있는지까지 물었습니다. (③, ④ 행위) 그런데, 이건 법무부의 요청을 대검이 안양지청에 전달한 것으로, 이성윤 검사장과 대검이 주도적으로 벌인 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김학의 출국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에 대해 참고인 조사하겠다며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감학의 출국 금지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직원들은 소속 기관인 법무부에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 받는 등 강압 수사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합니다. 이 얘기를 전달받은 박상기 법무장관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불렀습니다.
윤대진 검찰국장의 증언입니다.
"박상기 장관이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대명천지에 요새도 검사들이 강압 수사, 불법 수사하냐. 참고인으로 불러서 체포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 부하 직원들까지 그렇게 수사하면 일반 국민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냐고 했다"
질책을 받은 윤 국장은 동기인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에 사정을 물었고, 대검측에 서면 보고서를 내도록 요구했습니다. 대검은 이 요청을 안양지청에 전달했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인권 침해는 없었다는 보고가 같은 절차를 거쳐 법무부로 전달됐습니다. 이 사안은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인사권 가진 '검찰국장' 윤대진 요구 거절 못했다"
검찰국장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해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해,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자리입니다. 게다가 윤대진 국장은 당시 핵심 인사인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과 함께 소윤, 대윤이라 불릴 정도로 막역한 사이었습니다. 실세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안양지청이 대검에 수사 승인을 요청하기 전, 이미 윤 국장이 안양지청장에게 수사를 만류하는 압박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 국장은 "검찰이 엄청 욕을 먹을 뻔 했는데 이규원 검사가 대응을 잘해 검찰이 살았다. 동부지검장도 오케이 했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되냐"고 전화로 뜻을 전달했습니다. 이현철 지청장은 윤 국장이 며칠 뒤 다시 한 차례 더 전화를 걸어 와 "장관이 화를 엄청 내서 내가 막았다" "차리라 나를 입건하라"고까지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있던 이 지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어떻게 그 요청을 거부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윤대진 국장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조차 혼자 기소된 이성윤 검사장의 행위가 아니라 윤 국장의 전화야말로 "더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안양지청 수뇌부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책임을 '윗선'에 넘기는 이현철 안양지청장 등 안양지청 지휘부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구심을 보였습니다. 당시 이 지청장은 동료 검사의 결혼식장에서 김학의 출국금지 과정의 불법성을 수사하겠다는 윤 모 검사를 따로 불러 "대검이랑 법무부에 보고됐다고 하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습니다. 윤 검사는 이 지청장이 "총장에게 보고된 거면 출금을 할 수 있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배 차장검사 역시 따로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금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했는데,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검사 1명에게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하지 않냐"고 지적합니다.
그런데도 수사의지를 꺾지 않은 윤 검사가 법무부 직원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하자, 이현철 지청장은 윤 검사와 담당인 장준희 부장검사를 사무실로 불러 크게 혼을 냅니다. 결국 이 자리에서 사건을 윤검사에서 뺏어 장 부장검사에게 재배당하고, 이후 장 부장검사가 사건을 맡아 추가 조사한 뒤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검찰은 이때 보고서를 받아본 대검의 지시로, 출국금지 위법성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까지 장 부장검사가 추가 기재할 수밖에 없었다(⑤)고 봤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검이 아닌 안양지청 지휘부가 구체적인 키워드와 문구, 위치와 분량까지 제시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또 검찰은 범행 동기 중 하나로 문무일 총장에게 김학의 출국 금지의 불법성 관련 혐의와 수사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봤는데, 은폐하려는 자가 다시 보고서에 넣으라고 했다니 부자연스럽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수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추가로 대검에 문의를 하거나, 필요성을 적극 개진했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는 점을 재판부는 의아하다고 봤습니다. 수사 검사도 결제 시스템에 정식 이의제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문무일 전 총장은 이 사건 법정에서 "검사는 누군가를 단죄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의제기 하는 게 두렵다면 어떻게 특정 국민을 단죄하겠습니까? 저는 이런 논리가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윤대진 공모·지시 여부도 없다"… 법원조차 지적
이렇게 증언 엇갈리고 입증도 부족한 만큼 재판부는 무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보다 더 직접적으로 압박을 한 것으로 보이는 윤대진 국장과 이성윤 검사장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재판에 넘겨진 것에 대해서 재판부는 둘의 "법률적 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직권남용의 단독범으로 기소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소한 윤 국장의 압박성 통화 전후로 이 검사장과 연락이 있었는지, 그래서 윤 국장과 공모한 건지 아니면 지시를 한 건지 아무런 입증이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무죄 선고는 예고된 결론이기도 했습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공소장이 공개됐을 때에도 논란이 있었다. 최소한 수사가 된 내용 안에서, 공범 여부와 역할이 정리가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이 더해지면서,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이 됐습니다. 이 검사장을 기소한 검찰은 재작년 5월 윤대진 전 국장 등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는데, 2년 가까이 사건을 들고만 있던 공수처는 올해 1월 검찰로 다시 윤 전 국장 사건을 보냈습니다. 수사무마 의혹을 공익신고한 장준희 부장 검사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기존 신고서와 달라 당사자 조사가 필요한데, 장 부장검사가 거부해 방법이 없다는게 이유였습니다.
이성윤 검사장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작년에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징계절차 진행 중엔 사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징계 심의가 정지되는 만큼, 당장 검찰을 떠나기도 어려운 사정입니다. 반면, 윤대진 전 국장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징계 없이 사직이 받아들여진 윤 전 국장은 변호사 등록을 마치고 대외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최근엔 SPC 변호를 맡았다 논란이 일자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주로 안양치청 검사들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진술만으로, 위법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도 명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수사팀의 수사 중단 배경엔 윤 국장의 두 차례 전화, 출입국본부 직원에 대한 경위 파악 지시 외에 "반부패부와의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습니다. 이성윤 반부패부장의 외압이 이유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이 수사가 부당하게 중단된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당 중단을 인정하고도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이 말한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해보입니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안양지청 검사들의 진술 외에 어떤 증거와 논리를 다시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사회
나세웅
[서초동M본부] 이성윤은 왜 무죄였나? 드러난 검찰 수사의 허점들
[서초동M본부] 이성윤은 왜 무죄였나? 드러난 검찰 수사의 허점들
입력 2023-04-01 10:00 |
수정 2023-04-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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