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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조재영

"24시간 상담 전화번호 안내만 하면 뭐해요? 전화를 안 받는데‥"

"24시간 상담 전화번호 안내만 하면 뭐해요? 전화를 안 받는데‥"
입력 2023-04-20 11:30 | 수정 2023-04-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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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상담 전화번호 안내만 하면 뭐해요? 전화를 안 받는데‥"
    최근 두 달간,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각 언론사들이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구, 관련 기사에서 많이 보셨을텐데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기자협회가 함께 안내하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른 안내 문구입니다.

    하지만 언론사마다 안내 문구를 조금씩 다르게 적기도 하고, '카카오톡'이라고만 하면 정확히 카카오톡 어떤 채널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최근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다시 한번 정확한 문구를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안내 문구에 나오는 '핫라인' 번호를 하나도 믿을 수 없다"는 제보가 MBC로 들어온 적도 있었거든요(올해 1월).

    당시 평일 밤 10시 반, 제보자와 함께 걸어본 안내 전화번호는 계속 불통이었습니다.

    ☎1577-0199 : 2분간 "통화연결이 어렵다"는 메시지와 음악만 나오다 전화가 저절로 끊어짐
    ☎129 : 정신건강·노인학대·아동학대만 상담하고, 자살예방 상담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안내
    ☎1393 : 보건복지부 통합 콜센터, 상담 가능하지만 10분 만에야 연결

    특히, ☎1577-0199에서는 ☎129로 전화하라고 안내했는데, 정작 ☎129에서는 자살 예방 상담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했습니다.

    ☎1393을 통한 상담 수요가 3년만에 20배 폭증했지만, 응대율은 고작 57.9%에 그치는 현실.

    상담원은 50명뿐인데, 임금이 높지 않고 밤샘 근무 등 조건이 열악하다 보니 매년 10명 중 7명꼴로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합니다.

    ▶ [제보는 MBC] '자살 예방' 핫라인? 전화 안 받고 상담 안 되고‥


    당시 보건복지부는 "인력 충원을 실시하는 중이다, 근무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지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석 달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오늘 아침 8시 반의 상황입니다.

    ☎1577-0199 : 2분간 "통화량이 많아 통화연결이 어렵다"는 메시지와 음악만 나오다 "129", "1393"을 이용하라고 안내한 뒤 전화가 끊어짐
    ☎1393 : "소중한 당신, 1393이 당신 곁에 있다"는 멘트 후 "상담사가 많아 연결이 어렵다"고 안내, ☎1577-0199로 자동 연결해 주겠다고 함. 다시 ☎1577-0199로 연결됐지만, 여전히 받지 않음.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어렵다"면서 다시 "129"와 "1393"을 이용하라는 ARS 음성 안내.

    민간에서 운영하는 생명의 전화 ☎1588-9191 역시 오늘 오전에는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이라며 ☎1393으로 전화하라고 안내합니다.

    10분이 지나도록 어느 한 곳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다른 전화번호만 안내하면서 돌고 도는 상황, 그냥 일반 민원 전화일 때도 견디기 힘들 텐데, 절체절명의 순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전화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미국은 전국 어디서나 ☎988로 전화를 걸면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작년 7월, 상담 번호를 통일하고 연방 정부가 직접 지역별 상담센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살을 막기 위해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다든지,

    ▶ 자살 막으려 생산 금지?‥'번개탄' 논란, 알고 보니


    다리에서 추락사를 막기 위해 드럼통을 설치한다든지,

    ▶ '투신 대교' 대책은 갓길 드럼통? "오히려 사고 우려"


    이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과연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회의적인 반응들도 많았는데요.

    한국은 OECD 자살율 1위, 매일 평균 36명씩 자살하는 나라입니다.

    "힘들면 상담 받으라"고 안내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 정확한 상담 전화번호를 안내하고, 위기의 순간 급박한 전화를 제때 받을 수 있게 조치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1388', '다 들어줄 개' 채널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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