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성을 뒤에서 다가온 남성이 갑자기 폭행합니다.
여성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남성은 의식 없는 여성을 둘러메고 CCTV에 찍히지 않는 구석으로 사라졌고, 7분 뒤 오피스텔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었던 이 남성은 폭행 직전, 귀가하던 피해자를 10여 분간 쫓아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재판에서 새로운 정황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살인 미수가 아닌 성범죄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당시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이웃주민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의 바지가 내려가 있었다며 성범죄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초동 수사에선 성폭행에 중점을 두지 않아 관련 물증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습니다.
[남언호/피해자 변호인]
"폭행이나 상해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져서 초기 수사가 진행이 됐던 측면이 먼저 있고요. 그랬기 때문에 현장에 있었던 성범죄 정황에 대한 증거 보전이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범죄 가능성 등 범행 동기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옷가지에 대해 추가 DNA 조사를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열린 네 번째 공판.
30분 가까운 검증 끝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었던 바지는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론을 "검증 조서에 기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지의 왼쪽 주머니를 젖혀 단추 두 개를 닫고, 지퍼까지 올려야 잠기는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어제 재판에서는 또 피고인과 구치소 생활을 함께 했던 수감자의 증언도 제출됐습니다.
해당 수감자는 "피고인이 '언제든 틈만 보이면 탈옥할 거다', '나가면 피해자를 찾아갈 거다' '그때 맞은 것 배로 때려 주겠다'고 했다"고 증언했고, 구치소 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소와 이름 등을 계속 웅얼거리며 외우고 있었다고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에 대해 '관련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며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해자의 옷가지에 대한 DNA 추가 감정 결과는 다음 공판 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만약 성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이 변경돼 형량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사회
곽동건
"피해자 바지, 저절로 안 풀려요" '부산 돌려차기' 반전 급물살
"피해자 바지, 저절로 안 풀려요" '부산 돌려차기' 반전 급물살
입력 2023-05-18 15:13 |
수정 2023-05-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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