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시.
차량 한 대가 하얀 연기를 내뿜은 채 달립니다.
추돌사고를 내고도 멈추지 못한 차는 왕복 6차선 도로를 날아 지하통로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운전대를 잡은 할머니는 12살 손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차를 멈추려 노력했지만 사고를 막진 못했습니다.
손자는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은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뒤 다섯 달이 지난 어제(23일) 첫 민사재판이 열렸습니다.
손자를 잃은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자를 잃고 저만 살아남아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일부러 사고를 내 손자를 잃겠느냐. 제 과실로 사고를 냈다는 누명을 쓰고는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다"며 울먹였습니다.
사망한 아이의 아버지 또한 호소문을 통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입증케 하는 자체가 모순된 행위이며 폭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급발진 사고는 가정파괴범이자 연쇄살인범"이라며 "언제까지 제조사의 이권과 횡포 앞에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의 가치가 도외시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유족들은 재판부에 급발진 진상 규명에 동참하는 탄원서 1만 7,500여 부를 제출했습니다.
유족들은 앞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차량 제조사 측에 손해배상액 7억 6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제조사 측은 차량 결함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고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회
곽승규
"손자 대신 살아서 미안해"‥'급발진 의심' 첫 재판서 눈물
"손자 대신 살아서 미안해"‥'급발진 의심' 첫 재판서 눈물
입력 2023-05-24 11:21 |
수정 2023-05-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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