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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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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쓴 여성 손에 분유가‥그런데 계산대엔 왜 경찰이?

모자 쓴 여성 손에 분유가‥그런데 계산대엔 왜 경찰이?
입력 2023-06-04 07:30 | 수정 2023-06-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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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의 한 마트.

    모자를 쓴 여성이 진열대를 정리하는 직원의 눈치를 보며 마트를 돌아다닙니다.

    잠시 뒤 무언가 들고 나타난 여성.

    자세히 보니 신생아용 분유입니다.

    마흔 살인 이 여성은 분유와 기저귀 등 17만 원어치의 물품을 챙겨 마트를 빠져나가려다 적발됐습니다.

    [고탁민 경사/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보안팀이 쫓아가서 '손님 계산하셨나요?' 물어보니까 우물쭈물하기에 '영수증 좀 보여주세요' 했는데 영수증을 못 보여준 거죠."

    여성은 현장에 도착한 지구대 경찰관에게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왜 그랬냐'고 묻자 아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고탁민 경사/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사실 집에 두 달 된 신생아가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근데 으레 절도범들이 다 그런 변명거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믿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여성의 집으로 향한 고탁민 경사.

    도착해 보니 10평 남짓한 원룸 안에는 생후 2개월 갓난아기가 혼자 누워 있었습니다.

    분유는 물론 어른이 먹을 음식도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미혼모인 이 여성은 이전에도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는데, 벌금을 내지 못해 수배 중이었습니다.

    [고탁민 경사/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남자는 도망가고 혼자서 육아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아기와 함께 여성을 데리고 경찰서로 향하는 길.

    고 경사는 배고파 우는 아기가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고탁민 경사/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혹시 아기 밥 못 먹은 지 얼마나 됐냐 그러니까 그때 두 번을 못먹었다니까… 신생아면 거의 3시간에서 4시간 단위로 먹거든요. 근데 두 번 못 먹었으면 거의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를 못 먹은 거잖아요."

    여성을 경찰서로 인계하기 전에 마트에 들른 고 경사는 사비로 분유 한 통을 구입해 여성에게 건넸습니다.

    [고탁민 경사/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아기 일단 끼니부터 하자 해서 분유 먹이고 1차 조사 끝난 다음에 저희가 이제 형사과로 인계를 한 거죠."

    그리고 여성이 밀린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도 안내했습니다.

    34살인 고 경사 역시 생후 5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절도는 잘못된 일이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고탁민 경사/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사회적으로 아기를 잘 안 낳기도 하지만 낳아서도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학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또 이분은 그래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 아이를 좀 키워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분이셨던 거라고 판단이 됐어요. 어쨌든 여성분이 잘못한 건 맞지만 아기는 잘못이 없잖아요. 그래서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화면 제공 : 강원 원주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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