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2일 MBC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검찰 눈에만 안 보이는 '하나고 의혹'> 편에서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관련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당시 방송은 본인의 징계를 피하고자 학교 비리 의혹을 폭로한 교사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스트레이트 방송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9년 12월 2일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
2012년 하나고에 재학 중이던 한 남학생이 쓴 진술서.
같은 학년 친구인 A군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피해 학생 B군(진술서 내용)]
"나보고 OO이를 때리라고 해서 약하게 때리거나 때리지 않으면 A가 나를 때렸다."
단순한 폭행이 아니라 학대에 가깝습니다.
[피해 학생 B군(진술서 내용)]
"A가 기숙사 복도에서 ㅁㅁ이와 싸움을 하라고 시켰다. 나는 ㅁㅁ이와 싸우지 않았는데 A가 '그럼 둘 다 맞아야겠네'라고 하면서 이유 없이 때렸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이 남긴 기록은 더 구체적입니다.
[피해 학생 C군(진술서 내용)]
"저와 다른 친구를 부하로 생각하는 듯 '나를 즐겁게 해줘라, 친구를 때리고 와라'라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켜놓고 하지 않으면 목이나 머리를 잡고 흔드는 폭력을 행했습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A군을 피해 다니자 가혹한 폭행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D군이 A를 피해 다니자 왜 피해 다니냐며 D군의 머리를 책상에 300번 부딪히게 했습니다."
조폭 영화에나 나올법한 구타.
[피해 학생 C군(진술서 내용)]
"A가 복싱과 헬스를 배운 후 연습을 한다며 제 팔과 옆구리 부분을 수차례 강타했고 침대에 눕혀서 밟거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엽기적인 괴롭힘은 일상이 됐습니다.
[피해 학생 C군(진술서 내용)]
"손톱을 제 침대에서 깎고 침대 곳곳에 뿌려놓거나 시험 기간에 깨워주지 않았다며 A가 자기 잘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A군의 폭행은 1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피해 학생은 용기를 내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피해 학생 C군(진술서 내용)]
"작년(2011년)에 OO이가 너무 많이 구타당하고 힘들어해서 제가 OOO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큰 처벌 없이 넘어갔습니다."
학교와 선생님이 지켜주지 않을 거란 사실에 피해 학생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피해 학생 C군(진술서 내용)]
"저희의 진술만으로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익명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결국 알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되며 저희는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A군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전학을 갔고, 사건은 그렇게 덮였습니다.
A군의 아버지는 MB정부의 핵심 인물로 19대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던 유력 정치인이었습니다.
[하나고 졸업생]
"(그 사건이) 막 크게 논란이 됐던 건 아니고요. 그냥 조용히 무마됐죠."
[하나고 졸업생]
"거의 아마 알 사람들은 다 알았을 거예요."
당시 몇몇 선생님들이 가해 학생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경원/하나고등학교 교사]
"(당시) 교장 선생님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그러면, '내가 나이도 많고 알다시피 내가 약도 먹고 나 힘들다' 이런 거는 교감 선생님하고 얘기하라고 계속 거부하신 거예요."
폭행 사건은 피해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야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2015년 하나고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의회 특별감사.
[장인홍/의원(서울시의회 5차 행정사무조사, 2015년 8월 26일)]
"당연히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야 되는 사안이 열리지 않았고 그것은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도 있었는데 그런데 학폭위를 열지 않았던 것은 고위 공직자 자녀라고 하는 이런 것들이 그런 의사결정 과정에 있지 않았나…"
서울시교육청도 부랴부랴 때늦은 감사에 돌입했습니다.
감사 결과를 보면 2012년 1학기 당시 담임은 학교 자치위원회 위원장인 정 모 교감에게 관련 사건을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당시 피해학생 담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 관계가 회복 중이며 학생들도 외부에 위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
서로 화해를 했다는 이유로 사건은 담임 선에서 종결 처리됐습니다.
그러나 학교 설명대로 가해자가 피해 학생들과 화해를 했다고 해도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폭력에 대해선 학교폭력위원회를 여는 게 공식 절차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
"한두 번도 아니고 1년간 유사 사안이 계속 반복됐고 다른 선생님이 보았을 때도 학폭(학교폭력)의 괴롭힘으로 충분히 본다고 하면 일단 (학교폭력위원회) 열어야 되는 게 맞아요."
지금은 하나고 교장이 된 당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봤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 담임]
"그 당시에는 또 이제 지금 하고 시스템이 좀 달랐을 겁니다. 지금처럼 학폭(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이 딱 정확하게 세팅이 안 된 상태였던 것 같아요. 피해자 아이들이 '(진술서처럼) 꼭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러니까 뭐 장난삼아 그렇게 했었고 근데 1년 동안 힘든 부분들도 있었던 것 같긴 해요. 제가 보기에는 하지만 그게 (아이들 간) 서로 오해도 좀 있었고."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였던 가해자 A군의 아버지는 당시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가해자 A군 아버지]
"평소에도 잘 아는 분이고 더구나 (당시) 학교에서 말하자면 처리 자체가 굉장히 부당하게 됐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일이었는데 당시 자신이 유명해 오히려 아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입니다.
[가해자 A군 아버지]
"무조건 학교폭력 처리를 해서 이를테면 징계를 안 했기 때문에 그것이 봐줬다는 식의 논리, 이거는 좀 지나치다 (생각해요.) 그 당시에 피해 학생들하고도 다 개인적으로 화해가 다 이뤄졌고 지금도 (아들과) 친하게 지내요."
이동관 특보는 아들의 학폭이 사실이 아니면 왜 방송 당시 적극 해명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8년 후에야 제기된 의혹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진위 여부에 대한 공방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을 것을 우려해 어떤 대응도 삼갔다며, 당사자인 학생도 당시 MBC 취재기자에 "'학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접 항의 전화를 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특보는 "실체가 불분명한 이른바 '진술서'를 어떤 동의 과정도 없이 공영방송에서 보도한 무책임한 행태를 개탄하며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혀 해당 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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