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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정승혜

"어머님, 킬러 안 나오는 이때가 기회예요"‥대치동은 '준킬러' 마케팅 성황

"어머님, 킬러 안 나오는 이때가 기회예요"‥대치동은 '준킬러' 마케팅 성황
입력 2023-06-21 13:46 | 수정 2023-06-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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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 킬러 안 나오는 이때가 기회예요"‥대치동은 '준킬러' 마케팅 성황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모의고사 비문학 지문 예를 들면서 시작된 이른바 '공정한 변별력'과 '킬러문항 배제' 지시 이후 교육 현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학생들이 풀기 어려운 '킬러문항' 때문에 학원을 찾아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며 국민의힘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으니 학원가는 폭탄을 맞은 듯 조용해졌을까요? 대표적인 학원가 서울 대치동을 찾아가 봤습니다.

    ■ 상위권에겐 "이젠 모든 과목 다 하셔야"‥영어·탐구 등 다른 과목들도 적극 마케팅
    "어머님, 킬러 안 나오는 이때가 기회예요"‥대치동은 '준킬러' 마케팅 성황
    지난 20일 대치동의 한 대형학원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 시작 전부터 수백 명의 학부모들이 설명회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올 수능 출제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다들 학원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습니다.

    설명회에 나선 학원 관계자는 "어머님들, 혼란스러우시죠. 지금까지의 대학 입결(입학시험 결과)은 다 잊으세요, 완전히 새로운 상황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킬러 문항을 없앴다고 하니 약간의 사소한 실수가 입시 결과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실수 안하기 경기가 시작됐으니, 그동안 별로 힘을 쏟지 않았던 영어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능에서 영어는 절대평가 과목입니다. 난이도와 상관없이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 70점 이상은 3등급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수험생들이 상대평가 과목에 비해 ‘덜’ 신경 써온 과목이었는데, 이제 영어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국어·수학에서 킬러 문항이 나오지 않는다면 변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난이도가 높은 탐구영역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유리해질 수도 있어서 탐구과목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 대표는 "수능이 쉬웠던 해 전과목 만점을 받고도 명문대 의대 불합격한 학생이 있었는데, 본인이 선택했던 과학탐구 선택과목의 표준점수가 다른 선택과목보다 낮았기 때문에 당락이 갈린 경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전과목을 다해야 한다, 탐구가 관건이다 등의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중위권에겐 "이게 너한테는 기회란다"‥"친윤 문제(준킬러) 교재에 많이 넣겠다"
    "어머님, 킬러 안 나오는 이때가 기회예요"‥대치동은 '준킬러' 마케팅 성황
    윤 대통령이 수능 '킬러문항'을 언급하면서 중상위권은 학원을 안 다녀야겠다고 생각할까?

    지난 20일 저녁 열린 또다른 입시설명회, 한 수학 강사가 "어머님, 저는 친윤 문제 많이 넣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설명회장을 가득 채운 학부모들이 '빵' 터졌습니다. 이 강사는 "윤 대통령이 싫어하는 킬러문항을 덜어낸, 친윤 문제 한 90% 넣고, 혹시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실 수 있으니 반윤 문제(어려운 문제)도 10% 섞어서 교재를 만들겠다"면서 '킬러문항'보다는 다소 쉬운 '준킬러' 마케팅에 적극 나섰습니다.

    또다른 입시 관계자도 "150일 동안만 열심히 하면 우리 아이도 만점 받을 수 있다," "어머님 아들 딸도 만점 받을 수 있어요, 상위권 도약 기회입니다"라면서 '준킬러' 마케팅에 가세했습니다.

    ■ 학생·학부모 혼란 가중‥교육부가 정확하게 제시해야

    입시 관련 커뮤니티는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묻는 글들로 빼곡합니다.
    "어머님, 킬러 안 나오는 이때가 기회예요"‥대치동은 '준킬러' 마케팅 성황
    혼란과 불안으로 학원을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더 늘어나고 있어서 사교육비 부담이 정부 여당의 공언처럼 줄어들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하니 어떤 수능이 될지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학생들, 학부모들은 불안하고, 사교육 시장은 이 불안을 먹고 더 커지는 모순‥ 바로 이게 시장의 역습이기 때문입니다.

    28일이면 '논란'이 되어버린 6월 모의고사 성적표가 배부됩니다. 교육부는 6월 모의고사에서 어떤 문항이 문제였고, 앞으로 이런 문항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제시해야 더 이상의 혼란과 사교육비 추가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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