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한 여성이 자필 편지와 큰 상자를 들고 부산진경찰서에 찾아왔습니다.
편지에는 "국민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뵈었다"며 "한 노인분에 대한 기사를 보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분의 소식을 듣고 먹먹함을 느꼈는데, 그분이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글쓴이는 "지금이야말로 그분들의 피땀 위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나설 때"라면서 "따뜻한 식사 한끼 하실 수 있는 반찬과 소정의 금액을 넣은 생활비 카드를 넣었다"며 전달을 부탁했습니다.
편지와 함께 전해진 상자에는 참치통조림과 참기름 등 식료품이 들어있었는데, 글쓴이는 참전용사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내 한 화장품업체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80대 참전용사 A씨는 지난 4월부터 부산 금정구의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8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는 제대 후 선원으로 일하다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와도 사별하자 단칸방에서 혼자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았던 A씨는 미역국을 끓여먹기 위한 참기름과 통조림 등이 필요했다며, 정부 지원금이 떨어져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범행이 경미하고 A씨가 국가유공자임을 감안해 정식 재판 대신 즉결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산진경찰서는 비슷한 후원 의사가 여러 건 접수돼 역시 보훈청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이지수
"그분이 한국전쟁 영웅이라니요"‥경찰서 밀려든 참기름과 통조림
"그분이 한국전쟁 영웅이라니요"‥경찰서 밀려든 참기름과 통조림
입력 2023-06-27 17:43 |
수정 2023-06-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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