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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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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잘못 들어온 돈 아냐?"‥'1억 입금' 난리난 순천 마을

"헉! 잘못 들어온 돈 아냐?"‥'1억 입금' 난리난 순천 마을
입력 2023-06-28 14:52 | 수정 2023-06-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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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마을에서 갑자기 이장들이 주민들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이유로 확인하는지는 알리지 않은 채 집마다 누가 살고 있는지를 조사한 겁니다.

    [순천 운평리 주민]
    "저희는 사실대로 '아 여기서 살아요', '우리 딸 같은 경우는 주소지는 여기로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기서 안 살아요' 해서 이렇게…"

    그리고 며칠 뒤, 이장은 마을에 실제로 사는 사람들에게 대뜸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순천 운평리 주민]
    "저는 이장님을 믿고 일단은 좋은 취지로 한다고 하니까 저는 사실대로 보내드렸죠.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시는 분들은 '아 저는 안 하겠다' 하고 포기하신 분들도 몇 분 계시고…"

    조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게는 주민등록 초본까지 받아 갔는데, 얼마 뒤에야 왜 이런 조사를 한 것인지가 드러났습니다.

    이 마을이 고향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고향을 지켜준 주민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현금 기부를 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순천 운평리 주민]
    "설마 뭐 우리가 작년 코로나 때 국가에서도 주는 게 30만 원 그 정도였잖아요. 그래서 그 정도나 주시려나? 그랬죠."

    그리고 5월 말부터 차례대로 주민들의 통장에 '이중근' 이름으로 입금이 시작됐는데, 통장을 확인한 주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순천 운평리 주민]
    "금액을 보고 자기는 눈을 씻고 몇 번을 봤대요. 이게 설마 4백만 원이겠지 하면서 눈을 또 씻고 봤는데, 4백만 원이 아니고 1천 단위니까 놀라서 여기저기에 '내가 이거 잘못 받은 게 아닌가' 해서…"

    이 회장이 순천 서면 운평리의 6개 마을 주민 280여 명에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운 현금을 지급한 겁니다.

    마을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를 기준으로 액수를 달리해 현금을 나눠준 건데, 거액 증여에 따른 세금도 사전에 공제한 뒤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회장은 노부모와 자녀 가족이 한마을에 따로 살고 있는 경우에는 가구 기준으로 연장자인 부모 앞으로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순천 운평리 주민]
    "1년 전부터 거의 암행 조사 식으로 부영 관계자 분들이 각 마을에 다 어느 정도 수요조사를 했다고 한 걸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 회장은 앞서도 군 동기와 어려운 지인, 초중고 동창생 등에게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상 재단 출연이나 복지시설, 학교 등에 후원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개인들에게 현금을 증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부영그룹 측은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절차에 따라 증여했다며, 회장이 남몰래 기부하려 했던 부분이어서 그룹 차원에서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조인들은 이 회장이 추후 현실정치에 참여하거나,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언론인이나 공무원에게 현금을 준 게 아니라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82세인 이중근 회장은 앞서 회삿돈 4천3백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됐다가 2021년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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