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지윤수

'나이스 대란' 시각장애 교사들, 한달 전 개통 연기 요구

'나이스 대란' 시각장애 교사들, 한달 전 개통 연기 요구
입력 2023-07-01 08:08 | 수정 2023-07-01 08:12
재생목록
    '나이스 대란' 시각장애 교사들, 한달 전 개통 연기 요구
    ■ 나이스 대란, 시각장애 교사들은 첩첩산중

    2,800억 원을 들여 개통한 4세대 나이스 오류로 사실상 학교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교육부는 개통 9일 차인 어제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접속이 튕기거나 학생부 입력 내용이 사라지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교사 일을 하기 더욱 어려워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각장애 교사들입니다.

    전국 시각장애 교사는 약 1,200명. 이들은 평소 컴퓨터 화면 속 글씨를 일일이 읽어주는 '스크린 낭독기'라는 보조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낭독기는 마우스 아닌 키보드로 사용하는데, 4세대 나이스에선 키보드만으로 업무를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시스템 불안정으로 일부 메뉴나 탭을 눌러도 낭독기가 먹히지 않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어떤 메뉴가 잘 안 되느냐'는 물음에, 안제영 국어교사는 "잘 되는 게 사실 별로 없는데"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보이지 않다 보니 일일이 눌러보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다른 교사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일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안 교사는 "원래 이번 주가 성적 마감이었는데 다음 주로 연장됐다"며 "최대한 미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교의 류창동 역사교사는 다음 주 있을 기말고사 정답표를 입력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정답 유출 위험으로 급히 정답 순서를 바꿔야 하는 겁니다. 류 교사는 "나이스에 정답을 입력해야 하는데 제가 어떤 값을 입력했는지 읽어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이스 대란' 시각장애 교사들, 한달 전 개통 연기 요구
    ■ 베타버전 오류 많아 '개통 연기' 요구

    사실 이들은 이미 한 달 전, 교육부에 개통을 연기해 달라고 정식 요구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시각장애 교사들로 자문단을 꾸렸습니다. 5월 말 2주 동안 베타버전을 열어 시범 사용할 수 있게 한 거죠. 하지만 베타버전을 써 보니 메뉴를 엉뚱하게 읽는 등 낭독기가 먹히지 않는 오류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이전 나이스보다 '시스템 안정성'과 '웹 접근성'이 오히려 떨어진 겁니다.

    자문단은 미비점 80개를 발견해 교육부에 전달했습니다. 이어 장애인교원노조는 6월 1일 공문을 보내 '개통 연기'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이대로 개통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거라고 예상한 거죠. 당시 이들은 "방학 중 개통되면 적응 기간을 거쳐 시스템도 안정되고, 교사도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7월 대입 일정 탓에 미룰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취재진에게 "쓰실 수 있게 만드는 게 책무"라며 꼭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개통하자마자 각종 오류 속출과 함께 '2,800억이나 들여 왜 바꾼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였더라면..

    교육부가 자문단을 꾸린 것 자체는 분명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교사들은 "자문단을 형식적으로 만들어만 놓고 실제 의견을 보내도 답이 없다"며 답답해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교육부가 움직였다는 겁니다. '왜 하필 가장 바쁜 학기말에 개통하느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교육부는 당분간 매일 시스템 점검 상황을 공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끊이지 않는 학교의 혼란과 오류를 수정하느라 바쁜 교육부. 교육부도 시스템이 이 정도로 불안정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개통 연기가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