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의견서 63건 써서 '18억' 부수입 올린 교수가 대법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로펌에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18억 원가량을 받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법조계 내부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송승용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14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후보자의 의견서 작성 행위가 영리 업무인지, 변호사법 위반인지 불문하고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거대 법률자본인 대형 로펌의 이해에 부합했던 것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감안하면 후보자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제외한 부분은 공개적 장소에서 무제한적인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계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권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형 로펌은 노골적으로 향후 대법관 임명 가능성이 있는 법학 교원에게 각종 의견서 작성을 의뢰하여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며 "정부가 비판하는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 형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학교수의 신분으로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은 채 대가를 받고 법률업무를 해왔다면 이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권 후보자를 비판했습니다.

앞서 권 후보자는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을 얻게 된 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며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립적 지위에서 학자의 소신에 따라서 의견서를 썼지만,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사건은 모두 회피 신청을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권 후보자는 로펌에 써준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계약상 비밀유지의무 등을 이유로 제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