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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내가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건 돈 갖고 장난치는 거구나‥이래서 사채라는 게 진짜 꿀단지이구나"_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
18일 밤 PD수첩 <신 사채시장 - 불한당과 청년들>에서는 폭언, 살해 협박, 나체 사진 유포 등 성착취까지 서슴지 않는 불법 사채시장의 실체를 취재했다. 3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뒤에는 이자를 포함해서 5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일명 '3050 대출'. 급하게 돈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비대면으로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그러나 연이율 약 4,000%의 살인적인 고금리로 인해 한번 빌리기 시작하면 불과 몇 개월 만에 연체료와 연장비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상환액이 채무자의 숨통을 옥죄게 했다.
박준수(가명) 씨는 하루 평균 13시간을 일하며 주말도 없이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다. 월급을 받기 전, 급전이 필요해 빌린 소액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박 씨는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연체비가 쌓이기 시작했다. 연체비는 시간당 10만 원으로, 하루만 늦게라도 상환을 하면 240만 원이 추가로 부과되었다. 이에 박 씨는 연체료로 인해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으며, 그 결과 여덟 곳에서 총 7천만 원 이상을 대출받았다고 전했다. 박 씨는 이미 월급 190여만 원 중 150만 원을 빚 갚는 데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평범한 일상은 이미 오랫동안 사라진 상태였다.
또 다른 피해자 김다희(가명) 씨는 더 끔찍한 일을 당했다. 불법 사채업자는 김 씨에게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나체 사진을 요구했고, 해당 사진은 가족, 친구, 거래처 사장에게까지 유포되어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를 닫아야만 했다. 김 씨의 통장은 대포통장으로 사용되었는데, 제작진이 분석한 결과 채무자로 보이는 인물은 87명이었으며, 이들이 입금한 돈은 1억 1천만 원을 넘었다.
성착취 추심의 피해자는 여성뿐만이 아니었다. 유성민(가명) 씨는 음식점 창업 실패로 약 3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던 중 사채업자인 하 실장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되었다. 그러나 하 실장은 채무를 빌미로 유 씨의 개인정보와 나체 사진을 배포한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채무를 갚기 위해 애써야 했다. 실제 사채 조직에 속한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쩐주'라고 불리는 총책 아래에는 다양한 악질적인 수금책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들은 전화를 걸어 욕설과 협박으로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거나,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OO 씨가 당신의 개인정보를 팔아서 돈을 빌렸다'라고 이간질하는 등 악랄한 수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성착취와 불법 사채가 결합된 신종 추심은 극도로 악랄한 수법임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일도 있었다.
지난 2월 경찰은 하 실장 조직을 검거하였고, 수사 결과, 장부상 드러난 범죄수익금은 약 6억 원, 확인된 피해자는 모두 2,500여 명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검거된 조직원 대부분은 20대였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피의자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경험을 해보았고, 이러한 생활에 빠져들어서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상당하지만 국가가 환수한 금액은 적어서 불법 사채시장의 악순환을 쉽게 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처벌도 약한 편이라 근절하는데 역부족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불법 대부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 결과, 집행유예 약 40%, 벌금 등 재산형도 40%를 차지했다. 사채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관찰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제작진에게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인간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악마의 얼굴로 다가와서 돈을 대출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악의 행위 중 하나로, 그 결과로 그 사람의 삶을 파괴합니다. 이것이 사채의 최악의 범죄입니다."
PD수첩은 불법 사채시장의 실체를 취재했다. 불법사채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정부와 수사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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