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충북 옥천군의 한 지구대.
밤늦은 시간에 인근 마을 이장이 찾아왔습니다.
작년부터 마을 사람들이 주문한 비료가 자꾸만 사라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러 온 겁니다.
[박해식/충북 옥천경찰서 중앙지구대장]
"(비료를) 주문한 사람들한테 이제 (이장이) 연락을 하죠. 가져가라고. 비료가 계속 없어지니까 이제 '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어서 이장도…"
마침, 이 이야기를 들은 경찰관은 경력 30년이 넘는 형사 출신 베테랑이었습니다.
곧바로 다음 날 아침 퇴근길에 비료 포대가 사라진 현장에 들렀습니다.
[박해식/충북 옥천경찰서 중앙지구대장]
"시골 여기 보면요. 어딜 가도 비료가 이렇게 있어요. 다들 그렇게 공터나 빈 곳에다가 쌓아둡니다."
차를 대고 현장을 둘러보던 경찰관은 건너편에 CCTV가 설치된 걸 발견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CCTV에는 비료 절도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흰색 트럭을 몰고 온 한 남성이 태연하게 비료 포대를 싣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다음날도, 비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비료를 훔쳐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며칠 뒤에도 단숨에 10포대를 실어 가는 용의자.
절도 사건임을 확신한 경찰관은 얼른 사건을 해결하려고 휴일에 시간을 내 트럭 차주의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사복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꼼꼼히 둘러본 끝에 CCTV 속 트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트럭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 용의자를 지구대로 부른 경찰관.
60대 남성은 '비료를 가져간 게 무슨 죄냐'며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습니다.
[박해식/충북 옥천경찰서 중앙지구대장]
"'이거 뭐 마을 누구나 다 가져가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말했지만 그건 다 주인이 있는 건데, 그건 변명에 불과하고…"
이 남성은 근처의 다른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이웃 마을에서 비료 77포대를 수시로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농촌에서 비료나 농기구 등을 길가에 쌓아 놨다고 해도, 엄연히 주인이 있는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회
곽동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여! 누가 가져간겨" 충북 마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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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8-27 07:16 |
수정 2023-08-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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