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은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이 아니어서, 빈 페트병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어도 특수상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페트병으로 연인을 수차례 때려 전치 2주 상해를 입히고, 이별을 통보하자 연인에게 4차례 이메일을 보낸 혐의로 기소된 40대에게 특수상해죄를 무죄로 보고 스토킹 처벌법 위반만 유죄로 본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당초 1심은 폭행도구가 생수가 든 2리터짜리 페트병이었다고 인정해 이 40대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와 80시간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교육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리터 페트병에 물이 들어 있었다면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단단한 부분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면 사회 통념상 상대방이 신체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며 "페트병이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현장 사진에서 뚜껑을 안 뜯은 페트병은 보이지 않고, 피해자도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병에 맞았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라며 폭행도구가 빈 페트병이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빈 페트병 자체는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수상해보다 처벌이 가벼운 상해죄만 인정하고, 또 피해자에게 1천만원을 배상하고 합의한 점도 고려해 300만원으로 형량을 줄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