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폭우로 인한 수색작업 도중 사망한 故 채 상병이 세상을 떠난 지 두 달. 故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함께 그 과정에서 불거진 수사방해, 외압 의혹을 받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12일 밤 PD수첩 <故 채 상병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 해병대 수사 논란>에서는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故 채 상병과 각종 은폐 의혹 논란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애들을 그 상황에 그 꼴로 보내는 거는, 죽어도 좋다. 성과만 내라 이건 거죠"_사고 당시 생존 장병 어머니(언론 최초 인터뷰 中)2023년 7월 19일 故 채 상병이 사망한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에는 지난해 대비 약 12배나 많은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장갑차도 거센 물살 때문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서, 해병대 장병들은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수중 수색을 진행했다.
제작진이 입수한 해병대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故 채 상병이 속한 부대는 작전에 나가기 바로 전날까지 정확히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짧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장병들은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삽과 갈퀴 등을 소지한 채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허리높이까지 찬 급류 속에 들어가 수색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부대 내 간부들(중대장급)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건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은 구명조끼 없이 해병대 옷만을 착용하고 수중 수색하는 장병들의 사진을 보며 "훌륭한 공보활동이 이루어졌다"라고 칭찬했고 한다. 결국 19일 오전 故 채 상병을 포함한 5명의 장병들은 급류에 휩쓸렸고, 끝내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故채 상병은 약 5.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박정훈 대령이 지휘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임성근 사단장과 여단장 등 고위급 간부 8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곧바로 8월 2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을 했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 경찰청에 이첩한 서류를 회수해 사건을 재검토했다. 사건의 최종책임자인 임성근 사단장은 포함되지 않은 채, 결과적으로 대대장급 2명만이 혐의가 인정된 채 보고서가 경찰로 이첩되었다.
박 대령은 수사 결과를 이첩하기 전부터 '수사보고서를 보내라', '언론 브리핑 자료를 보내라' 등 수사 자료를 요구받았고 '누구를 제외하라', '혐의를 제외하라' 등 외압으로 느껴지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에서 해병대 측에 3차례에 걸쳐 故 채 상병 사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사건 서류의 죄명 혐의자, 혐의 내용 같은 건 다 빼고 일반 서류처럼 넘기면 되지 않겠냐"라는 식의 통화를 5차례나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사법원법을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어겼다는 강한 의혹이 일었다. 국방부는 박 대령에게 상관의 정당한 지시를 어겼다는 '항명죄'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국방부와 대통령실이 故 채 상병이 속한 해병대 제1사단의 최종 책임자인 임성근 사단장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일까? 제작진은 임성근 사단장을 찾아가 직접 물어보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건 수사를 둘러싼 윗선 개입 의혹에 관해 대통령실에 입장을 물었지만, 끝내 답변이 오지 않았다.
지난 9월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해병대 동기들과 군사법원 앞에 나타난 박 대령은 "앞으로도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잘 임해서 꼭 제 억울함을 잘 규명하고, 특히 故 채 상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가 잘될 수 있도록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국가와 해병대는 故 채 상병과 생존 장병들을 위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또다시 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
PD수첩팀
[PD수첩] 故 채 상병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PD수첩] 故 채 상병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2023-09-12 22:02 |
수정 2023-09-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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