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문제는 좌우,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류 문명의 문제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인권위마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인권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송 위원장은 논란이 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긴급구제 요청 기각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내부 사정이 조금 순탄하지 못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점에 관해서 상당히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송 위원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을 긴급구제해달라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원회를 소집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용원 상임위원과 국민의힘이 지명한 이충상 상임위원의 불참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바 있습니다.
상임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 가운데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기 때문에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한 것입니다.
불참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해당 안건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 군인권보호위가 심리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며 불참했는데, 김 위원이 소관하는 군인권보호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기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송 위원장은 "나는 '이쪽'이고 저 사람은 '저쪽'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토론이 잘 안 된다"며 "'어느 진영에서 추천해서 왔나' 이런 것은 임명 순간 다 잊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우려스러운 건 토론 자체를 보이콧하거나 파행으로 흐르게 해,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정부여당 추천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김용원 상임위원은 앞서 MBC의 통화에서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인권지상주의적인 그런 사고방식을 가졌다"며 "진영 논리는 보수 쪽에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진보진영의 논리가 인권위에 굉장히 투영돼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인권위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
곽승규
"'인권위가 박대령 구제 외면' 유감‥'어느 진영 추천' 이런 것 잊어라"
"'인권위가 박대령 구제 외면' 유감‥'어느 진영 추천' 이런 것 잊어라"
입력 2023-09-18 14:04 |
수정 2023-09-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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