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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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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입력 2023-10-25 09:41 | 수정 2023-10-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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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참사 1년, 검찰 '윗선 수사' 왜 멈췄나

    10.29 이태원 참사가 곧 1년을 맞습니다. MBC는 이태원 수사기록 1만 2천여 쪽을 분석해, 참사가 발생할 때 경찰과 구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MBC 뉴스데스크와 온라인을 통해 보도해 드리고 있습니다. 참사 당일 경찰은 11번의 압사 우려 신고에도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용산구청은 예방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비상 근무조차 태만했습니다.

    구청의 책임자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서울 경찰의 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윗선 수사'가 멈춰서 있는 상황, 김 청장에 대한 수사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핼러윈 데이 부담요인' 보고받고 직접 "촘촘히 대비하라"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보름 전인 작년 10월 14일. 김광호 서울청장은 정보부가 생산한 [핼러윈 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요인] 보고서를 직접 보고받습니다. 보고서는 ▲ 매일 10만 명 이상이 운집 ▲ 성범죄 마약관련 범죄 발생 ▲ 경찰, 대통령 패러디 의상으로 인한 논란 등을 전망하며, 112신고가 증가할 용산서 마포서 등 치안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안전사고 등은 지자체 소방과 협조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자료사진]

    김 청장은 10월 17일 화상회의에서, "3년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사항은 그대로 사내 메일로 경비 등 각 부서장에게 전달됐습니다.

    인파로 인한 안전 문제를 직접 거론한 건 이때 뿐만이 아닙니다. 일주일 뒤, 김 청장은 관광경찰대에서 보고한 [핼러윈 데이 특별현장 활동계획]을 확인합니다. 이날 오전 화상회의에서, 김 청장은 "용산, 마포, 강남 등 3개 경찰서 특별히 좀 핼러윈과 관련한 점검을 하시고 필요한 대비를 하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고 또다시 강조합니다.

    김 청장은 두 번이나 핼러윈 대비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각 기능(교통, 경비 등을 의미)별 대책을 지시했는데도 다른 기능의 보고가 없어, 재차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광호 서울청장, '핼러윈 이태원' 4번 보고받고 2번 지시"

    초기 수사에 나선 특별수사본부는 김 청장이 수차례 인파 밀집과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보고받고, 대응까지 직접 주문한 점에 주목합니다. 특히 관광경찰대 대책서엔 "인파 운집에 따른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쓰여있었습니다. 또 김 청장은 112 신고가 폭증할 거란 112상황실의 보고서, 참사발생 지역 지도를 인파 운집구역으로 표시한 교통관리 계획까지 받아봤습니다. 김 청장은 공식적으로만 이태원 관련 보고서 4건을 받았고 2차례 지시를 내린 겁니다.

    특수본은 수사보고서에서 "'피의자 김광호'는 수차례에 걸친 기능별 대책보고서를 통해 핼러윈 데이 기간 특정지역에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잠정 결론 지었습니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서, 예견된 사고를 막기 위해 경력 배치 등 적절한 지휘 감독을 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김광호 "인파 많다고 보고받았을 뿐‥사고 날 줄은 몰랐다"

    김 청장은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란 점은 인식했지만, 이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은 누구로부터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일반인이 듣기에도 말장난처럼 들립니다. 특수본은 "일반인도 아닌, 오래 경찰서장을 지낸 사람으로 경험에 반하는 진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빠져나가려는 진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느냐, 또 회피할 수 있었느냐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요건인데, 이 요건을 피하려는 진술이란 겁니다.

    특수본 수사관은, 김 청장이 보고서 외에도, 연일 10만 명 인파가 몰린다는 언론 보도도 보고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김 청장은 이번에 상부인 경찰청을 걸고 넘어집니다. "같은 언론 보도 스크랩 자료는 서울청 뿐 아니라 경찰청에도 배포됐다. 경찰청 차원에서도 사고 발생을 인식하는 게 가능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도 경찰청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조건인 경찰청(장)도 아무 지시를 안 했으니, 경찰청장에게도 책임을 물어라,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윗선' 끌어들인 김광호, '믿는 도끼' 부하 직원에게도 책임 돌려

    참사 당일, 11건 압사 예고 신고에도 규정대로 무선 전파를 하지 않고, 위험을 묵과한 112상황실. 누가 지휘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문제입니다. 김 청장 자신도 참사 발생 1시간 20여 분이 지난 11시 36분에야 용산경찰서장의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이날 서울청 상황관리관 근무를 서던 류미진 총경은 상관인 김광호 서울청장보다 3분 늦은 밤 11시39분에야 상황실 직원의 전화를 받고서야 참사 발생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때까지 112상황실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 무전을 듣지도 않은 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청장은 특수본 조사에서 "류미진 총경은 과거 오원춘 사건으로 112시스템 개편을 위해 경찰청에도 근무했다"며 "112 업무의 '최고 베테랑'이자 프로"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류 총경이 112업무에서 해태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고, 자신을 대리해 원활히 12상황실을 운영할 거라 기대했다"고 지휘 책임을 류 총경에 돌렸습니다. 이어, "112 상황실에 상주해서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른 과장들도 성실히 근무한다"고 류 총경의 태만을 비판했습니다.

    김광호, 참사 전날·당일 용산서장 '직접 보고' 받아

    사고 전날과 당일 이임재 전 용산서장이 특별히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직보한 사실이 수사기록에 드러납니다.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사고 전날 보고(왼쪽)와 사고 당일 보고

    이 전 서장은 참서 전날인 10월 28일 오후 6시 39분 <이태원 핼러윈데이 종합치안대책보고>란 제목의 카카오톡을 김 청장에게 전송합니다. "교통경찰과 기동대 1개제대 투입하겠다. 특별 지원해준 마수팀 관광경찰 (교통)기동대 경력 등과 협력하고 안전하고 질서있게 관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튿날인 참사 당일 오전 <용산 이태원 핼러윈데이 1일차 상황보고>라며, "금일 가장 혼잡하 날이 될 것으로 예상돼 더욱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메시지를 전송합니다. 검찰은 이 서장을 기소하며 이 메시지들을 근거로, 이 전 서장이 "긴급 상황시 신속한 상부 보고의 필요성과 참사 당일이 가장 혼잡한 상황임을 인식"했다고 봤습니다.

    보고를 받은 김 청장이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던 정황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검찰은 반대로 이 직보 보고가 "이 전 서장이 잘 처리하겠다는 내용을 함께 담고 있어, 사고 예견을 못했다는 김 청장 측에 유리한 정황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부하 직원들 "구체 지시 있었다면 경력 배치했을 것"

    김 청장은 여전히 법적 의무는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핼러윈 행사에 "(이전) 서울청장 아무도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 두 번이나 지시를 내렸다"며 "제가 현장에 137명이라는 가장 많은 현장 인원을 보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김 청장이 인파 밀집을 예상하고도 경력 배치 등을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논란 거리입니다. 특수본 참고인 조사에서, 김 청장 부하인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김 청장이 불꽃축제 대응을 잘 했다고 치하하며 핼러윈 대비를 잘하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두로 포괄적인 지시를 한 이외에 개별적 지시하지 않거나 관련 대책를 보고 지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불꽃 축제 때 동원됐던 기동대 등 구체적인 지시가 핼러윈 대책에선 빠졌다는 겁니다.

    또 다른 서울경찰청 간부 역시 "정보 및 경비 기능에 경력 배치 필요성 사전 검토하라 지시했다면 사전에 경력배치 필요성, 집회 경력 배치 필요성, 종합해 검토했을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구속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서울청장 말 한마디면 10명이든 20명이든 더 왔을 텐데 아쉽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단독] '윗선'에 떠민 김광호 "내가 사고 예견했다면 경찰청도 알았어야"
    137명이라는 가장 많은 인원을 보냈다는 김광호 서울청장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검찰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월 5일 작성한 <2017~2022 핼런윈 데이 경력 운용 현황 정리> 수사보고에서, 최근 5년간 이태원 일대에 투입된 경력 현황을 조사한 뒤 "(참사가 발생한) 2022년 용산서 자체 경력이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경비 정보 등 혼잡경비 관련 부서는 없었고, 경비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아 2021년에 비해 총 투입 경력이 대폭 감소했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담당 부서를 한곳으로 줄이며, 사실상 불기소 처분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검찰은 "사건을 검토 중"이라며 "빨리 속도를 내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만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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