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제발 좀 나서달라"‥'필리핀 살인사건' 유족의 절규

지난 18일 거행된 고 지익주 씨의 7주기 추모식 영정사진입니다.

지익주 씨는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다 7년 전 현지 경찰에 의해 납치 살해됐습니다.

2016년 10월 필리핀의 한 주거타운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는데, 놀랍게도 현직 경찰들이었던 겁니다.

몸값을 노리고 납치한 이들은 끝내 지 씨를 살해했고, 지 씨의 시신을 화장터에서 소각한 뒤 유골을 화장실 변기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필리핀 경찰뿐 아니라 NBI, 필리핀 국가수사국까지 연루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필리핀 1심 법원은 사건 발생 7년이 지난 올해 6월에야 마약단속국 소속 전 경찰관인 산타 이사벨과 NBI 정보원을 지낸 제리 옴랑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주모자로 지목한 이들의 상관 라파엘 둠라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골조차 찾지 못했는데 늑장 수사에 고위직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되자 유족들은 분노했습니다.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지익주 씨의 아내 최경진 씨는 언론에 공개편지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최 씨는 "재판 초기 범인들은 15명 정도였지만 대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 범인은 5명으로 축소됐다"면서 이들 중에서도 고위직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최 씨는 "필리핀 정부가 처음부터 꼬리 자르기를 했다"면서 "우울증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매일매일을 눈물로 보내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은 끝났지만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고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며 "남편의 억울함과 저의 아픔을 풀어주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호소했습니다.

최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8월 26일 한국에 들어갔지만, 박 장관은 만나지 못했고 재외국민보호 담당 국장급 공무원만 만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씨는 "사건 진상 규명과 보상이 꼭 필요한 이유는 한국민들이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방패막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이 억울한 개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