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SNS 1위 검색어는 "#한국여행금지"… 도대체 왜?
"#한국방문금지"
지난주 태국 엑스(옛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검색어 1위는 "#한국방문금지"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에서 공통의 주제를 얘기할 때 쉽게 검색되도록 "#(샵 또는 넘버)" 표시를 붙이는 걸 말합니다. 즉, 태국에서 여러 사람들이 "한국방문금지"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고, 심지어 다른 관심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겁니다. 한류열풍에 K컬처, K드라마, K푸드 등 온갖 "K"들이 넘쳐나는 상황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공항에서 태국인을 막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는데, 입국심사에서 입국을 거절당했다는 사연들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억울하다는 사연들은 다양했습니다.
"여행을 위해 5년 동안 돈을 모았는데, 급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출입국관리소에서 '한국에 네 번이나 관광을 왔는데 아직도 부족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 가지 말자'는 여론이 조성되자, 급기야 정부까지 나섰습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한국에서 태국인들이 계속 입국 거부되는 문제에 대해 자국 외교부 차관과 논의하겠다고 언급하고 나선 겁니다.
심상치 않은 태국 여론에… 진화에 나선 우리 법무부
태국 정부까지 입장을 밝히고, 국내 언론도 이런 분위기를 기사화했습니다. 우리나라 출입국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적극 진화에 나섰습니다. 과연 정말 억울하게 입국이 막힌 태국인들이 많아지거나, 혹시나 우리 정부가 태국인들을 차별한 걸까요? 법무부의 설명은 "전혀 아니다"입니다.
법무부는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심사를 강화하지는 않았다"며 차별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모든 국적의 외국인들을 일관된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고, 태국인만 기준을 강화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SNS를 통해 알려진 '억울한 입국거부' 사례들에 대해서도 해명했습니다. 실제 각 개인의 입국 거부 이유를 밝힌 것은 아니고요. 다만, 유형들을 제시하며 설명한 겁니다. 주로 방문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들이었습니다.
먼저, "여러번 한국을 오갔는데도 갑자기 입국이 거부됐다"는 경우, 영리목적을 위해 국내에 체류한 정황이 있었을 거란 설명입니다. 관광 목적을 통해 입국할 때는 비자를 면제해지만, 돈을 벌러 온 걸로 의심되면 마구 들어올 수 없다는 겁니다. 비자 면제 기간 90일을 꽉 채워 여러번 방문하는 경우라면 더 의심스럽겠죠.
"돈을 너무 많이 갖고 왔다고 입국을 거절당했다"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역시 관광 목적인지 의심된다는 겁니다. 마치 한국으로 이주할 것처럼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갖고 온 경우 거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오히려 줄어든 입국거부 비율… 그런데도 왜 "#한국방문금지"?
그렇다면 이런 입국 거부 사례들이 최근 더 늘어난 걸까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태국인들의 입국심사 탈락 비율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습니다.
법무부가 제시한 수치는 이렇습니다 2019년 출입국심사과정에서 입국이 허락되지 않은 태국인의 비율은 7퍼센트. 하지만 올해 비율은 4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태국에서 출국하기 전 인터넷으로 허가를 받는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입국거부가 더 줄어든 겁니다.
그런데도 왜 돌연 "#한국방문금지"가 1위를 하고 "한국 정부가 차별한다"는 말이 나온 걸까요? 법무부는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의 파급력 때문인 것 같다고만 추정했습니다. SNS를 통해 입국 못한 사례가 발빠르게 전파됐다는 겁니다. 실제 입국 거부 비율이 줄었는데도 오히려 나쁜 소문이 퍼지니 법무부가 답답해 간담회까지 자청하고 나선 듯 합니다.
국내 미등록 체류 1위는 태국인… "세심하게 거르겠다"
다만, 법무부는 태국인의 입국 불허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습니다. 태국인들의 미등록 체류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는 전체 태국인 가운데 미등록 체류 비율은 78퍼센트… 즉, 5명 중 4명은 체류 자격이 없습니다. 전체 미등록 체류 외국인 42만 9천명 중인 15만 7천명이 태국 국적입니다. 전체의 3분의 1 이상으로 2016년 이후 태국은 내내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태국 내부에서도 한국으로 향하는 미등록체류자들 때문에 여행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합니다. 여행객을 가장해 돈을 벌러 가는 태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태국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겁니다.
법무부는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인의 미등록체류가 늘어나면,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지 않겠냐"고도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태국인이 입국할 때 꼼꼼히 심사할 수 밖에 없다고 에둘러 인정한 겁니다. 다만, "태국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태국에서도 우리 보도들을 인용해, 우리 정부가 오해를 풀려고 설명한 내용들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오해 섞인 "#한국방문금지" 대신 "#한국또가자"가 해시태그 1위를 차지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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