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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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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앉아서 오른다더니‥20억 삼킨 '흉물 열차'의 최후

영남 알프스 앉아서 오른다더니‥20억 삼킨 '흉물 열차'의 최후
입력 2023-12-12 16:59 | 수정 2023-12-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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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어난 산세로 이름난 '영남알프스' 산들 가운데 하나인 울산 울주군 신불산.

    숲 속 능선을 따라 깔린 철길 위로 8인승 열차가 승객을 태우고 산을 오릅니다.

    지난 2018년, 산림청과 휴양림관리소가 20억 원을 들여 설치한 신불산 모노레일의 시험 운행 모습입니다.

    해당 열차는 정식 개통 뒤 휴양림 하단과 상단 3.5킬로미터 구간을 6분 간격으로 하루 80차례 오갈 예정이었습니다.

    [박만근(2018년 7월 10일)]
    "우리 장모님도 오셔야 되는데 다리가 안 좋아서 걱정을 했는데 모노레일 때문에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개통 당일인 2018년 7월 11일,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첫날부터 전원장치가 끊어지면서 운행이 전면 중단된 겁니다.

    [모노레일 탑승객(2018년 7월 11일)]
    "우리가 저 모노레일 선로 잡고, 기름때 손에, 장갑에 다 묻혀 가면서 그렇게 엉금엉금 기어 내려왔어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밀 점검 과정에서 전원장치뿐 아니라 지주와 레일, 차량, 보안장치 등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돼 재가동도 불발된 겁니다.

    휴양림 관리소는 공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벌여 올해 4월 승소했지만, 해당 업체가 파산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선로와 열차는 4년 넘게 흉물처럼 방치됐습니다.

    산림청 연구용역 결과 재설치에 드는 돈은 44억 원.

    초기 공사비 2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산림청과 관리소 측은 최근 모노레일을 완전 철거하기로 결정했는데, 결국, 공사비 20억 원에 추가로 철거비용 4억 원까지 날리게 됐습니다.

    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사고 후 보수와 안전점검을 받거나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며 "모노레일 보수 또는 재설치 등의 사후처리 문제도 사업성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아서 결국 철거하는 쪽으로 이견이 좁혀졌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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