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도 끌려가는 꿈을 꿨다. 김홍일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30년 지난 지금도 악몽을 꾼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니까 좀 힘들다."
31년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기소됐던 일명 '김 순경 사건'의 당사자가 지난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김 씨는 당시 "왜 내 말을 하나도 안 믿어주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담당 검사였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진범을 검거한 뒤 김홍일 검사가 저를 불렀다"면서 "최소한 차 한 잔 주면서 사과할 줄 알았는데, '당신 동료들이 잘못해서 사건이 이렇게 됐다'는 한마디가 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 사람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992년 11월, 순경이었던 김 씨는 서울 관악구의 여관에서 여자친구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뒤 최초로 신고했다 살인 누명을 쓰게 됐습니다.
김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관들이 일주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거짓 자백을 얻어낸 것입니다.
김 씨는 담당 검사였던 김홍일 후보자에게 고문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묵살됐습니다.
뒤늦게서야 진범이 잡히고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검찰은 경찰관 3명을 형사처벌했지만, 김 씨의 호소를 무시하고 허위 자백도 걸러내지 못한 김홍일 검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7일 청문회에서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홍일/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지난 27일 청문회)]
"지금이라도 저 때문에 어려움을 당했던 일에 대해서 사죄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피해자인 김 씨는 김 후보자의 사과를 받기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여당 위원들의 반대로 증인석에 앉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김 후보자 측에서 "청문회장 복도 끝에서 만나자고 했다"며 "30년 만의 사과를 그렇게 받고 싶지 않았고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 공개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김 씨는 김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다스 의혹 수사를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떠올리며 "약자에게만 기소권을 휘둘렀고 강자한테는 넙죽 엎드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사회
곽승규
"TV에 김홍일 나오면 지금도 악몽"‥울분 토한 '살인 누명' 피해자
"TV에 김홍일 나오면 지금도 악몽"‥울분 토한 '살인 누명' 피해자
입력 2023-12-29 13:44 |
수정 2023-12-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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