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시즌 초 '뛰는 야구'를 추구했습니다. 신민재는 이전처럼 대주자 요원으로 시즌을 맞았습니다. 그 이상의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4월에는 단 한 타석만 들어섰을 정도로 오로지 뛰는 역할에만 충실했습니다.
그러다 5월부터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장기적인 대안이 없던 2루수 자리에 염경엽 감독이 신민재를 투입했는데, 주루와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겁니다.
안정적으로 출전 기회를 확보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신민재의 시즌 타율은 3할 4푼 1리.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표본이 충분치 않지만 달라진 면모만큼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도루는 무려 21개로 리그 1위.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 9년 차가 된 올해, 신민재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은 지난 4일 잠실에서 만난 LG 신민재와의 일문일답.
Q. 신민재 선수, 행복하시죠?
- 네 행복합니다. 시즌 시작할 때 부상 없이 한 시즌 소화하는 게 목표였는데 아직까지는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그동안 KBO리그 대표 대주자였는데, 대주자의 삶이란 어떤지 소개해준다면요.
- 대주자는 항상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거든요. 그래서 힘들죠. 그런데 작년하고 재작년에 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게 더 힘들었어요.
Q. 2군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신다면요.
-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작년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1군에 같이 계신 이종범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다른 코치님들께서도 도와주셨어요. '야구를 그만두기에는 좀 아깝지 않냐?'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2군 경기를 1군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자고 스스로 주문을 외웠어요. 그래서 지금 1군에서 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래서 더욱 올 시즌 활약이 대단하게 느껴지는데 스스로도 달라진 점을 느끼나요?
- 비결은 없어요. 사실 제 야구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저는 결과를 크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하루, 하루를 끊어서 생각하고 최대한 그 상황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LG의 '뛰는 야구'에 신민재 선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요. 본인의 판단으로 뛰는 경우가 어느 정도인지 팬들이 많이 궁금해해요.
- 대부분의 경우 도루 사인이 따로 나죠. 그런데 저는 그린라이트 사인을 보면 거의 제가 스타트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예전엔 무모하게 많이 뛸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굳이 안 뛰어도 되는 상황이면 안 뛰려고 하고 있어요.
Q. 그래서 유니폼이 깨끗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 아무래도 유니폼이 깨끗한 것보다는 좀 더러워야지 오늘 일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나름 도루 1위인데 도루사나 견제사 장면을 두고 유독 비판이 많았어요. 속상하진 않았나요?
- 저희는 직업이 프로 선수이고 그에 맞는 돈을 받아요. 못했으면 욕먹는 거는 당연해요. 잘했을 때는 칭찬받고요. 당장 제가 저를 칭찬하겠다 그럴 겨를이 없어요. 그냥 매일매일 어떻게 해야지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하루씩 끊어서 가는 게 지금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날 경기는 그날 끝낸다, 잘했든 못했든 다음 경기는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요.
Q. 남은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 시즌 초만 해도 대주자로 준비했으니까 도루 20개를 생각하고 왔는데 지금은 개수보다 좀 더 높은 성공률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인 것 같고요. 팀적인 목표는 LG의 우승입니다. LG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이기고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그거에 좀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스포츠
박재웅
'도루 1위' 신민재의 고백 "야구, 그만두려 했어요"
'도루 1위' 신민재의 고백 "야구, 그만두려 했어요"
입력 2023-07-08 15:34 |
수정 2023-07-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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