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곰 인형과 함께, 군인을 안고 있습니다. 군인의 팔에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그린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그림도 볼까요. 밝은 주황색 하늘에 날아다니는 헬기와 전투기. 건물 곳곳은 부서져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여러 대의 탱크가 돌아다닙니다.
전쟁의 참상을 겪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그림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시카고의 '우크라이나 현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쟁의 아이들'이란 전시를 소개했는데요.
이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난 피난민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병원과 보육원, 미술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집이 파괴되고, 사랑하는 이들이 숨지는‥끔찍한 전쟁의 공포를 목격한 아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게 됐는데요.
지난해 3월부터 르비우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나탈리아 파불루크와 그녀의 딸 유스티나는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여행용 가방 2개에 담겨 미술관에 도착한 아이들의 그림엔 군인과 전투기, 탱크 같은 전쟁 이미지가 가득했습니다.
파불루크와 유스티나는 가장 심각한 외상을 겪은 아이들이 오히려 더 밝은 이미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는데요.
유스티나는 르비우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만난 8살 소녀 마리아를 떠올렸습니다.
소녀는 식탁 위에 앉아 있는 주황색 줄무늬 고양이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마리아에게 형제가 있는지 물었을 때, 아이는 키이우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폭격을 맞아 동생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유스티나는 수업에서 만난 10살 소녀 베로니카의 이야기도 전했는데요. 소녀는 전쟁에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가족도 모두 잃었습니다.
친구 옆에 분홍색과 주황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그린 베로니카. 뒤에는 큰 집을 한 채 그렸는데, 전쟁에서 죽은 친구들이 사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유스티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릴 때 울지 않기가 어려운데요. 하지만 그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탈리아는 계속 미술 치료를 해나갈 것이라며,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지옥'을 보았지만, 마음에 희망과 사랑을 품고 계속해서 어린아이처럼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다면,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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