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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박선영

안타키아의 비극, 안디옥의 슬픔

안타키아의 비극, 안디옥의 슬픔
입력 2023-02-13 12:20 | 수정 2023-02-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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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키아의 비극, 안디옥의 슬픔

    알렉산더 대왕의 이수스 전투 모자이크 출처: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Wikimedia commons 홈페이지]

    튀르키예의 최남단 안타키아

    한국의 긴급구호대가 현재 필사적인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튀르키예의 안타키아는 영토 확장을 꿈꾸는 대제국들의 회랑(回廊)이라 불릴 만큼 전쟁이 잦았던 곳이다. 기원전 4세기, 동방원정길에 나섰던 알렉산드로스 '알렉산더 대왕'은 이곳에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과 일전을 벌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이수스 전투 (Battle of Issus).

    안타키아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져 있는 항구도시 '이스켄데룬'(Iskenderun)'은 그 지명 자체가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이슬람식 이름이 이스칸데르. AD 66년, 로마 제국도 당시 속국이었던 유대 지방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이 곳 안타키아에 주둔하고 있던 로마군단을 급파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형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의 이름도 이스칸데르(SS-26)이다.)
    안타키아의 비극, 안디옥의 슬픔

    안디옥 베드로 동굴교회 (Cave church of St. Peter, Antakya) [istanbulclues 홈페이지]

    6천년 고도 안타키아, 안디옥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 '안디옥'이 바로 안타키아다. 예수 사후 유대인들의 박해를 피해 흩어진 제자들 중 일부는 이 지역으로 도망쳐 교회를 세웠고, 이들은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예수가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 즉 '그리스도'임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리스도'는 히브리어 '메시아'의 그리스어 번역)

    또 초기 기독교 사도인 바울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벗어나 북서쪽 지역으로 전도 여행에 나섬으로써 초기 기독교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당시 전초기지로 삼은 곳이 안디옥, 즉 안타키아다.

    기원전 6천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안타키아는 로마시대 시리아 지방에 속해 있었다. 옛 아나톨리아 중부 고원지대에도 같은 이름의 도시 (비시디아 안디옥, 현 지명 얄바츠)가 있어서 성경에서는 이 곳 시리아 지역의 안타키아를 '수리아 안디옥'(Syria Antioch)이라고 특징했다. 로마가 이 지역을 정복한 뒤 안타키아를 수리아 지방의 수도로 삼으면서, 지금의 이스켄데룬과 함께 지중해 동부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안타키아의 비극, 안디옥의 슬픔

    튀르키예 지도 : 빨간 동그라미 안이 안타키아와 이스켄데룬 지역 [사진 제공 : 구글 지도]

    안타키아를 포함한 '남동 아나톨리아' 지역은 오랜 문명과 순례자의 땅이다.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동부를 강타한 지진의 진앙지인 가지안테프(Gaziantep) 역시 남동 아나톨리아를 대표하는 곳으로 터키에서 6번째 큰 도시이다. 기원전 2천년 경 이 지역은 바빌로니아를 시작으로 히타이트, 아시리아, 로마와 비잔틴의 지배를 받았다가 1270년경 몽골이 침입했을 때는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구조대가 촌각을 다투며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안타키아와 가지안테프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둘러 쌓여 있어 평소에도 우리 외교부의 '적색경보'가 내려진 위험한 지역이다.

    시리아 내전 이후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을 위한 대규모 난민촌이 형성되면서 시리아뿐 아니라, 주변국인 이라크 난민들까지 이 곳으로 모여들었다. 미 CIA에서 발행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튀르키예 내 이라크 난민은 1만 244명, 시리아 난민은 351만 3776명에 달한다. 불법 이민자와 밀수 문제를 이유로 튀르키예 정부는 2018년 국경에 거대한 담을 쌓기도 했다.
    안타키아의 비극, 안디옥의 슬픔

    지난 9일 튀르키예 안타키아에서 어린이 생존자를 구출하는 한국 긴급 구호대 (KDRT)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고 헌신적인 K-구조작업의 성과는 계속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을 받고 파견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소속 118명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안타키아에서 지난 9일부터 구조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3일 현재) 총 8명을 구조했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이지만, 음향탐지기 등 정밀장비를 동원한 우리 긴급구호대의 악전고투로 생사의 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이들의 기적같은 생환 소식이 들려온다. 어제도 3명을 추가로 구조하면서 현지 시장과 군 관계자가 한국긴급구호대 캠프를 찾아 깊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터키와 앙숙인 이웃나라 그리스도 구호물품과 함께 구호팀을 보내 10여명을 구조했고, 터키와 같은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과의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도 구조팀을 보내 활발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구조활동에 동참했다.

    이런 와중에 굶주린 주민들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훔치고, 구호트럭도 습격하는 등 치안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국의 구호팀이 구조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기적의 소식이 계속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과 함께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구호대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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