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뉴욕에서 꼬집은 루이비통의 '내로남불'

"루이비통의 '내로남불' 작품 도용, 어찌 생각하는지?"
- 뉴욕의 조안 미첼 재단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즈 기사에 루이비통의 핸드백 광고가 크게 실렸습니다. 여성 모델이 루이비통 핸드백을 들고 있는데,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미술 작품이 배경으로 쓰였습니다. 핸드백은 9백 만원이 넘는 '카퓌신BB', 배경으로 활용된 그림은 미국의 유명 추상표현주의 화가 '조안 미첼'의 작품 <그란데 발레 14> 입니다. 바로 이 그림이 문제가 됐습니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루이비통백'.. 이유는 도용?

조안 미첼의 작품을 관리하는 <조앤 미첼 재단>은 최근 성명을 내고 "루이비통 측이 여러 차례 조앤 미첼의 작품을 광고에 쓰고 싶다고 연락했지만, 작품의 상업적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루이비통은 이후 무단으로 작품을 광고에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작가 측 허락 없이 작품 석 점 무단 사용"

한 마디로 루이비통측이 작가 허락도 안 받고 작품을 가져다 썼다는 겁니다.
이렇게 루이비통 측이 무단으로 광고에 가져다 쓴 작품은 지금까지 석 점,
‘La Grande Vallee XIV(For A Little While)’ ‘Quatour II’ ‘Edrita Fried’ 입니다

현재 루이비통의 모회사 LVMH 측이 소유한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과 더불어 대대적으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광고에 도용된 작품의 가격은 매겨지지 않았지만, 조안 미첼의 한 작품은 2022년 홍콩의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우리돈 140억 원에 낙찰되며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트 콜라보'로 장식한 뉴욕 5번가 루이비통

예술 작품을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에 녹여내는 걸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구찌-엘튼존, 베르사체-앤디 워홀 등 루이비통 뿐 아니라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해온 마케팅입니다.

현재 루이비통은 일본의 유명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와 콜라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뉴욕과 파리의 루이비통 매장엔 쿠사마 야요이 조형물과 작품으로 건물을 마치 예술작품처럼 꾸며놨습니다. 실제로 뉴욕의 루이비통 매장에 가보니 멀리서 온 관광객은 물론 뉴욕에서 오래 살았다는 시민들도 몰려와 기념사진을 찍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루이비통은 이런 콜라보를 통해 한정판 상품을 만들어 더 비싸게 팔며 홍보 효과를 누려왔습니다.

재단 직접 찾아가보니.. '내로남불' 따끔한 한마디

조안 미첼 측은 루이비통에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선포한 상태.

뉴욕 맨하탄에 있는 조안 미첼 재단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루이비통 측으로부터 사과나 설명을 들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전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발표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루이비통이 특히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루이비통이 자사 상표권 보호에 엄격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루이비통은 매년 전 세계에서 상표권 침해 사례를 찾아내 소송을 거는데, 큰 업체든 영세상인이든 소송 금액이 많든 적든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루이비통닭'을 판매한 한국의 치킨집을 상대로 1450만 원의 강제집행금을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저작권은 존중받아야 하고, 루이비통의 지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엄격성은 업계에서 장려되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다만 내 건 소중하고, 남의 건 가져다써도 되는 식이 아니어야겠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루이비통의 이런 엄격성을 알고 있냐"고 묻자, 조앤 미첼 재단 관계자는 인상적인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물론 알고 있다"며 "당연히 루이비통은 자기들의 저작권을 지켜야죠. 다만 다른 사람들도 그래야한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