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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도청을 막을까?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도청을 막을까?
입력 2023-04-12 09:49 | 수정 2023-04-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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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도청을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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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또 도청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같은 정보기관들을 둘러싼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3년 6월 미국 정보기관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는 널리 알려진 사례입니다. 스노든은 NSA가 운용하는 개인정보 수집 비밀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알려 큰 충격을 줬죠. 이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보는 1급 비밀 보고서>

    미국 대통령은 매일 정보기관들의 서면 보고를 받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일일 브리핑(PDB: President’s daily briefing)이라고 불립니다.

    오바마 대통령(2009년 1월~2017년 1월 재임)은 퇴임 후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PDB를 "CIA가 다른 정보기관과 협조하여 대개 10~15쪽 분량으로 간밤에 작성하는 1급 비밀 보고서"라고 설명했습니다.

    PDB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 예를 들면 중국과 러시아의 신무기 개발 같은 내용이 포함됩니다. 국가안보국의 수집 정보들도 스노든의 폭로 전까지 보고서에 담겼을 겁니다.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도청을 막을까?

    에드워드 스노든 [자료사진]

    오바마는 자국 정보기관들의 은밀한 정보 수집을 알고 있었고, 동시에 자신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 도청당할까 봐 매우 경계했습니다.

    해외 순방 때는 특히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외국으로 나가면 보안이 취약해지니까요.

    2009년 1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모든 통신이 도청된다는 가정 하에" 순방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미국 순방단은 정부가 지급한 보안 휴대폰과 전자기기만을 써야 했습니다. 스파이웨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음성과 문자를 암호로 바꿔 전송하는 기기들이죠.

    이렇게 하면 위성이나 특수 장비로 통신을 중간에 빼내서 내용을 해독하는 건 어려워집니다. 시긴트(SIGINT: signal+intelligence) 방식의 정보 수집을 차단하는 거죠.

    그럼 대통령이나 참모의 대화를 직접 도청하는 것은 어떻게 막을까? 민감정보 차폐시설(SCIF)을 설치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국 순방 중에) 호텔에서 국가 안보 관련 통화를 하려면 복도로 나와 민감정보차폐시설(SCIF)이 갖춰진 객실로 가야 했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파란색 천막처럼 설치된 이 시설은 오싹하고 환각적인 소음을 발생시켜 주변의 모든 도청을 차단한다."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 중에서)

    오바마의 얘기만 들으면 미국이 중국에 늘 당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미국의 첩보 활동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은 2009년 이후 중국의 표적 수백 건을 해킹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도청을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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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청 차단 시설은 철통 보안의 요새일까>

    민감정보 차폐시설은 해외 순방 중 임시로 설치되는 것도 있고, 백악관 상황실 같이 상설인 것도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른 플로리다 마라라고에도 설치됐었습니다.

    시트룸(시추에이션 룸 Sit Room)으로 불리는 백악관 상황실은 최고 수준의 도청 차단이 필요합니다. 철통 보안에 걸맞는, 영화에서 보는 첨단 장비가 즐비할 것 같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백악관 시트룸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웨스트 윙 1층 구석의 작은 방들 가운데 하나인 작고 보잘 것 없는 회의실이었다. 창문들은 평범한 나무 셔터로 가려져 있었으며 벽은 세계 각국 수도의 시각을 보여주는 디지털 시계와 인근 스포츠바의 TV보다 조금 큰 평면 스크린 몇 대를 제외하면 휑했다. 실내는 비좁았다."

    이 묘사를 보면 도청 방지 능력은 해당 시설이나 장비의 외형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확실한 기능을 발휘하는 장비와 인력에 좌우되는 것이겠죠.


    <첩보전에서 완벽은 없다>

    첩보전 와중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습니다.

    2011년 3월 오바마 대통령이 브라질 대통령궁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당시 리비아에선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었고, 정부군의 진압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군사 개입은 말 그대로 초읽기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잠시 중단하고 미국에 있는 군 지휘부에 작전 개시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데, 하필 이 순간 보안 무선통신 장비가 고장 났습니다.

    오바마는 어떻게 했을까요? 참모가 가지고 있던 일반 휴대폰을 썼습니다. "피자를 주문하는 데 쓰였을지도 모르는 휴대폰"으로 전쟁 명령을 내린 거죠. 이 명령은 머지않아 독재자 카다피의 운명을 바꿔 놓게 됩니다.


    <리바이어던에게 공적 감시를>

    도감청으로 손에 넣은 정보가 진실을 드러내고,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있었던 암살 사건이 그렇습니다. 그날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써왔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사우디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범인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잔혹한 살인과 치밀한 은폐가 밝혀지는 데는 살해 순간을 녹음한 파일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범인들의 대화, 톱질 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녹음을? 튀르키예 정보당국이 도감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커다란 비난에 직면했고, 미국이 사우디 관련자들에 제재를 단행하면서 우방인 두 나라 외교 관계는 여러 해 경색됐습니다.

    기밀=힘이라는 등식 때문에 정보기관들은 때론 물불을 가리지 않기도 합니다. 국익이라는 명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리바이어던을 공적 감시의 영역에 두는 과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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