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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진의 세계는] 친미국가' 사우디는 왜 달라졌나?

[권희진의 세계는] 친미국가' 사우디는 왜 달라졌나?
입력 2023-04-14 12:01 | 수정 2023-04-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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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진의 세계는] 친미국가' 사우디는 왜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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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 밖 감산‥사우디에 뒤통수 맞은 미국>

    지난 4월 2일 사우디 주도로 오펙 플러스(OPEC+)가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이후 배럴 당 5달러 정도 올라서, 지난달 60달러대까지 내려가면서 내림세를 보였던 유가가 6일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유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중국 경제가 회복돼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지난 몇 년간 석유 생산에 대한 투자도 줄어서 원유 공급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부족할 거란 전망이었는데, 산유국들이 생산량까지 줄인 거죠.

    올해와 내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평균 86~90달러에 달하고 앞으로도 몇 년간 80달러를 웃돌 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옵니다.

    2015년부터 21년 사이의 평균 유가는 배럴 당 58달러였습니다.

    높은 유가는 가뜩이나 고삐 풀린 물가를 더욱 부추길 거고 수입국들의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잡고 싶었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7월 사우디를 직접 방문해 석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사우디는 오히려 보란 듯 큰 폭의 감산을 결정해 미국을 망신 준 적이 있었습니다.

    또 한 차례의 이번 감산 조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풀었던 전략비축유를 채우겠다는 미국의 비용도 커질 것이고, 특히 높은 유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를 때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0.2% 높아진다고 합니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계속해 국제유가가 만약 배럴당 120달러로 오른다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내년 말 4%를 기록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합니다.

    반면, 미국과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오펙 플러스 회원국 러시아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유가 덕을 상당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친미국가' 사우디는 왜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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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 친미국가 사우디는 왜 달라졌을까?>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다는 사우디의 이런 태도 변화는 중동의 판세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1945년 이븐 사우드 국왕과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석유와 안보를 맞바꾸는 협약을 맺은 이래로 사우디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왔습니다.

    그 대가로 석유를 달러로만 거래하게 하면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지탱해 주는 등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사우디는 앙숙인 시아파의 이란과 단절했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는데, 이 두 나라의 협상을 중재한 것은 중국이었죠.

    사우디가 보기에 이란과의 합의를 보장하는 방법은 중국을 끌어들이는 거였습니다.

    이란이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합의를 깨지는 않을 거란 계산이었죠.

    미국은 상황을 관리할 계획도 없으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이란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미국의 전략은 '비전 2030' 같은 국가 경제의 대전환을 꾀하는 사우디의 국익과는 충돌하는 것이었고, 결국 사우디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안보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됐습니다.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아서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를 공격해 피해를 입혀왔는데, 이게 사우디로서는 커다란 위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란과 관계를 회복하면,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가하는 이런 군사적 위협을 피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사우디는 미국 의존도에서 탈피해 중국, 러시아나 다른 걸프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로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2018년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긴 했지만,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태도 변화는 감정적인 게 아니라 국익을 고려한 냉철한 방향 전환이라고 봐야 합니다.

    미국으로부터는 무기 공급이나, 군사 훈련, 원유 수송로에 대한 보호와 같은 것들은 취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석유 판매처인 중국과 가까워지고, 오펙 플러스의 핵심 국가인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거죠.

    <미국은 사우디의 변심을 막을 수 있을까?>

    사우디가 작년 미국의 증산 요구에 예상 밖 감산으로 응수하자 미국은 무기 판매와 안보 협력을 축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후 사우디는 오히려 중국을 끌어들여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다각화하는 외교로 안보문제에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나아가 달러로만 거래하던 석유를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합니다.

    지난달 중국은 최대 원유 수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역 대금 결제용 위안화를 풀었는데 이건 양국 간 위안화 거래를 위한 시작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석유의 위안화 거래가 현실화하면, 절대적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고, 이는 미국의 패권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중국이 무엇보다 바라는 일입니다.

    사우디는 게다가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에 부분 가입하기로 하면서 중국과도 더욱 밀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게는 이스라엘과 수교할 테니 그 대가로 농축 기술과 핵연료 기술 같은 민간 핵개발 지원을 담대하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10월 석유 감산 조치 당시 미국은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협박했지만, 이번엔 '지난 80년간 그랬던 것처럼 사우디는 여전히 전략적인 파트너'라면서 사우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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