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가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포드가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과 합작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포드는 35억 달러(약 4조 6천억 원)를 투자하면서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은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제한하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IRA를 주도한 미국 상·하원의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 "IRA 허점을 악용한다.", "미국인의 세금이 중국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CATL과 협력하는 건 포드뿐만 아닙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도 CATL과 합작해서 텍사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려고 합니다.
미국·중국 기업들의 선 넘는 합작?
그럼 미국 기업들은 왜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과 합작하려는 걸까요?
한마디로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해서 전기차를 더 싸게 만들려는 거죠.
이 비용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잠시 배터리 소재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 보겠습니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계 표준은 니켈 60%, 망간 20%, 코발트 20%가 포함된 NMC622입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더 높아지고 코발트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니켈 함량을 높인 811과 955도 사용됩니다."
(거브랜드 시더 UC버클리 공대 석좌 교수, 공저 <배터리의 미래> 중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는 성능은 좋은데 가격이 높습니다. 매장량과 생산량이 매우 적은 코발트 같은 희귀 금속을 쓰기 때문이죠.
그래서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인산과 철로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뜨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선 중국 CATL이 강자입니다. 포드, 테슬라가 CATL과 손을 잡은 이유죠.
중국 기업은 '트로이의 목마'인가
포드와 테슬라의 선택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국의 정책, 그리고 최근 가속화하는 미·중 경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은 첨단 기술과 세계적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최전선이 반도체와 배터리인데, 포드와 테슬라가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기업은 결국 '트로이의 목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포드와 테슬라가 중국 합작을 결정한 이유는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중국 기업과 신규 합작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지난 19일 배터리 소재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LG화학은 중국의 최대 코발트 정련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합작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양산한다는 내용입니다.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구축"이 사업 목표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각자도생은 가능할까
미국과 중국, 그리고 각각의 동맹은 각자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신냉전의 시대는 올 것인가?
미국의 석학이자 미 국방부와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던지는 의문은 이렇습니다.
"소련과의 냉전을 회상해 보면 무역이나 사회적 접점도 거의 전무 했으며 심각한 생태적 문제도 없었습니다. 반면 오늘 미·중 관계는 무역량도 막대하며 미국 내 체류 중인 중국 유학생들과의 사회적 접점도 많습니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또한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지난 14일 최종현 학술원 주최 온라인 토론회에서)
조셉 나이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의 상호 의존에서 탈피하는 본격적인 탈동조화는 "미·중과 전 세계 경제에 상상을 초월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비용이 어느 정도 발생할까? 우리나라 '국제금융센터(KCIF)' 전문가들이 IMF를 비롯한 해외 기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내놓은 전망을 볼까요.
○ (G2 피해) 미국은 통신·전자 부품 등의 핵심 품목 및 희토류 등 원자재 수입뿐 아니라 기업 매출도 중국 의존도가 심각. 중국도 반도체 제재에 따라 AI·6G 등 첨단 산업 발전이 제약될 우려.
○ (글로벌 성장·생산성 둔화) 기술 제품·인적 교류가 자급자족 등으로 위축되면서 글로벌 GDP가 5% 줄고 생산성은 2% 내외 낮아지는 등 경제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
(국제금융센터 자료 <미중 기술 갈등의 글로벌 경제 영향 및 시사점> 중에서)
미·중 갈등은 앞으로 수십 년 지속될 걸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년 쌓아온 상호의존 체제에서 벗어나 새판짜기에 돌입했다고 보는 겁니다. 위험과 기회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여서 글로벌 기업들은 대응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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