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 가격 경쟁 선언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 올리버 블루메가 최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2만 유로(약 2천850만 원) 안팎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 있다."
폭스바겐은 앞서 지난 3월, 2만 5천 유로(약 3천500만 원) 이하 소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혔습니다. 모델 이름은 ID.2ALL.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기작인 ID.2ALL보다 더 싼 차차기 신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테슬라, 중국 BYD도 가격 경쟁 나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챔피언 테슬라는 2만 5천 달러(약 3천300만 원) 수준인 보급형 신차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 전기차는 가칭 '모델2'로 알려져 있는데, 출시 시점은 미정입니다. 지난 3월 테슬라 '투자자의 날', 그리고 지난 16일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표설이 돌았지만 소문에 그쳤습니다.
중국의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는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을 올해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1만 달러(약 1천300만 원)를 조금 넘는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차 가격 경쟁, 속도 내는 이유는?
폭스바겐은 유럽과 중국에서 '자동차 챔피언'이었습니다. 회사 이름이 '국민차'인데, 명불허전이었죠.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중국에서 1위→2위로 밀렸습니다.
중국에서 올해 1~4월 판매량을 보면, 비야디가 70만 2천 대로 1위, 폭스바겐(FAW-Volkswagen)은 50만 9천 대로 2위입니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자료, 소매 판매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엔 폭스바겐이 1위, 비야디가 2위였죠. 비야디는 1년 새 79% 성장하면서 1위로 올라섰습니다.
중국에서 요즘 팔리는 신차 4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입니다. 향후 2~3년 안에 전기차 판매 비중은 5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폭스바겐 입장에선 전기차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승자가 되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비야디는 전기차만 만드는 회사입니다. 비야디가 올해 판매한 70만 대가 다 전기차라는 얘기죠.
비야디는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도 멀찌감치 제쳤습니다. 테슬라의 올해 1~4월까지 중국 시장 판매량은 17만 7천 대, 2위입니다.
가격 경쟁에 기름 붓는 보조금 폐지
소비자는 전기차를 살 때 친환경성과 함께 가격, 주행 거리, 구매 보조금을 고려합니다.
특히 가격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현재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는 내연차 대비 전기차의 상대적 가격이 소비자 구매 결정 및 전기차 보급 확산에 더욱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 '전기차 가격 경쟁 시대의 시작')
그동안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이라는 우군이 있었는데, 이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격을 낮춰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중국, 올해 들어 친환경차 보조금 폐지.
● 영국, 지난해 6월 보조금 폐지.
● 스웨덴, 지난해 11월 보조금 폐지.
● 독일, 올해 보조금 상한액 6천 → 4천500유로로 삭감.
● 프랑스, 올해 보조금 상한액 6천 → 5천 유로로 삭감.
가격 경쟁의 최종 병기, 배터리
전기차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품은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을 좌우합니다.
배터리는 소재 광물에 따라 NCM(니켈·코발트·망간)과 LFP(리튬·철·인산) 배터리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NCM은 한국, LFP는 중국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NCM은 성능(에너지 밀도)은 좋은데 가격이 비쌉니다. 희귀금속인 코발트와 니켈이 비싸기 때문이죠.
LFP는 성능은 떨어지지만 NCM보다 대략 30% 쌉니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LFP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자원의 한계를 넘기 위한 차세대 소재 연구도 한창입니다. 그중에 소듐(나트륨)도 있습니다.
"비용과 자원 측면에서 산업계가 소듐이온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략) 대부분 소듐 양극재는 코발트가 함유돼 있지 않고 많은 경우 니켈조차 함유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저렴합니다."
(거브랜드 시더 UC버클리 공대 석좌 교수, 공저 <배터리의 미래> 중에서)
하지만 소듐(나트륨)은 폭발 위험이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 연구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휘팅엄 뉴욕주립대 석좌 교수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이론적 수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풍부한 소재, 획기적인 성능, 무궁무진한 가능성. 미래 배터리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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