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언론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곡을 찌르는 기사를 잇따라 썼습니다.
먼저 워싱턴 정가에서 알아주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가 지난달 13일 게재한 기사 제목은 <미국은 왜 중국 없이 전기차를 만들 수 없나>
그리고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16일 기사 제목은 <세계는 중국 없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두 기사의 공통 결론은 중국을 배제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NYT는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지금까지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다."
<중국 없이 배터리를 만들 수 없는 이유>
배터리의 양극(+)재 음극(-)재 제조에 필수 광물을 중국이 꽉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NYT는 이런 수치를 열거했습니다.
●전 세계 배터리 소재 제조에서 중국의 비중 (제련량 기준)
▶코발트 73% ▶리튬 67% ▶니켈 63% ▶망간 95% ▶흑연 70%
그 결과는 중국 77% : 미국 1%.
세계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 양극재 제조의 77%를 장악했고, 미국은 1%에 불과합니다.
NYT 기사에서 컨설팅그룹 벤치마크미네랄스는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다른 나라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 배터리 광물을 지배하게 됐을까? 배터리 광물의 보고인 아프리카와 아시아 광산에 일찌감치 투자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 광산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 광물 제련에 필요한 많은 에너지, 공장 부지, 환경 오염 같은 문제 처리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소재>
배터리 주 원료인 코발트와 니켈은 매우 비쌉니다. 채굴량이 적기 때문이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한 LFP(리튬·철·인산) 배터리가 점점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마저도 중국이 선점하고 있습니다.
LFP는 중국이 99%, 거의 전량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는 그동안 주로 저가형 중국 전기차들에 탑재해 왔는데, 미국 테슬라와 포드자동차가 사용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대안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두 가지 선택지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첫째, 중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 포드자동차와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의 합작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포드가 35억 달러(약 4조 6천억 원)를 투자해서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CATL이 LFP(리튬·철·인산)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독자적인 공급망 개척. 포드는 최근 미국, 캐나다, 칠레의 리튬 개발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나라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서, 포드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세액 공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130조 원 투입하며 장기전 돌입>
악시오스의 기사를 보면, 미국이 왜 배터리 공급망 건설에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와 투자를 위해 중국을 능가하는 대담한 길을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1천억 달러(약 132조 7천억 원)를 전기차 관련 제조에 투자했습니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겁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5년에 1천960억 달러(약 2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정도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비슷합니다. 배터리 시장은 2030년에는 두 배인 4천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미국이 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중국을 누르는 승부수로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배터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쓰임새는 전기차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태양광 전기를 보관하는 대형 배터리 저장고, 단거리 비행기용 배터리가 관련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더 값싸고 더 성능 좋은 신소재 연구가 한창입니다. 성공하는 나라가 미래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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