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3년 만에 중국 방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가 어제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머스크를 극진히 환대했습니다.
머스크는 사흘 동안 딩쉐샹 부총리(중국공산당 서열 6위), 그리고 외교·상무·공업부장 등 장관 3명과 회동했습니다. 세계적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 회장도 만났습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지난해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습니다. 테슬라와 CATL은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머스크 외에도 팀 쿡 애플 CEO,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GM)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활발합니다.
<중국, 마이크론 제재‥미·중 대립 심화>
머스크는 중국 방문 전부터 로이터를 비롯한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머스크가 베이징에 간다고? 이 시국에” 미국에서 이런 시각이 꽤 있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1일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을 제재했습니다.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제품 구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보복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말 고성능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마이크론 제재에 소환된 삼성·SK>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강입니다.
올해 1분기 D램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 1위(점유율 43.2%), 마이크론 2위(점유율 28.2%), SK하이닉스 3위(점유율 23.9%)입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6%를 중국에서 올렸습니다. 그만큼 중국에서 커다란 공급 공백이 생겼습니다. 이른바 ‘마이크론 공백’입니다.
마이크론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던 중국의 기업들은 당장 다른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유력한 대안일 겁니다.
<미국 의회, "한국은 마이크론 공백 채우지 말아야">
미국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사전 차단에 나섰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이 ‘마이크론 공백’을 채우면 안 된다는 공개 발언이 나왔습니다.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 한국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대신 중국 기업들에 반도체를 팔지 말라는 겁니다.
미 백악관은 “중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에 동맹국들과 함께 맞서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부담스런 상황입니다.
<포드·테슬라는 중국과 협력하는데>
미·중 대립 와중에 곤란한 기업은 삼성과 SK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 포드도 심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포드자동차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니켈 처리 시설에 45억 달러(약 5조 9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입니다. 이 사업에는 중국 기업도 참여합니다.
미 의회 강경파 의원이 이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달 3일, 미국 정부에 포드의 결정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포드의 투자 계획이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아시아-유럽 육로·해로 연결 사업)와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포드 경영진에 중국 요원처럼 활동하는 인사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포드는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여기에 중국 CATL의 저렴한 배터리 제조 기술을 들여오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전기차 생산 비용을 줄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규제를 우회해서 전기차 보조금(세액 공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루비오는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래도 포드자동차는 꿋꿋합니다. 미국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실리를 내세웠습니다. 보도자료에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포드는 모든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미국적인 회사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달 25일, 좀 더 세게 발언했습니다. "배터리 기술의 국산화가 정치에 휘말린다면, 고객들이 곤란해질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중국 행보도 미국의 정책과 방향이 다릅니다.
중국 외교부는 "머스크가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얽혀 있다. 테슬라는 디커플링(미·중 공급망 분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는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인 메가팩 생산 공장을 건설하려고 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를 저장하는 메가팩은 돈 되는 친환경 사업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 호주에 대형 에너지 저장 시설을 지어서 운용 첫해에 차익으로 2천500만 달러(330억 원)를 남겼습니다.
테슬라와 포드 모두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고 양자택일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미국, "중국과 단절하자는 것 아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
중국과 아예 단절하자는 게 아니라 지나친 의존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말을 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재앙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옐런은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 경제는 너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공생의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미국이든 다른 어느 나라든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여 년 동안 서로 긴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입니다.
열렌의 말에 한국을 넣으면 "한·미·중은 공생의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가 됩니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도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 상황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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