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시진핑이 아닙니다" 미국 장관 앉혀놓고 상석에‥

어제(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미중 양국 간 갈등 해소를 위해 베이징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좌측 맨 앞에 앉았고 맞은 편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자리했습니다.

자리 배치만으로도 시진핑 주석이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실무진들의 회의에 시 주석이 들려 격려하는 듯한 모양새 같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면서 이렇게 자리를 배치한 건 이례적입니다.

두 달 전 블링컨 국무장관이 일본을 찾았을 때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블링컨 장관의 의자를 나란히 배치했던 일본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5년 전엔 중국도 일본과 같은 식으로 자리를 배치했습니다.

2018년 6월 마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을 때엔 동등한 위치에 배치했던 겁니다.

이렇듯 5년 만에 크게 달라진 자리 배치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규제와 대만 문제 등을 두고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3연임을 통해 장기집권에 들어선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외빈에 대한 의전 원칙을 새롭게 세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에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나는 일정 자체의 성사 여부를 확답하지 않다가 회담 한 시간 전에야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한편 시 주석은 불과 사흘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회동할 때에는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올해 베이징에서 처음 만난 미국인 친구"라며 활짝 웃으며 사진도 찍었습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찾아온 빌 게이츠를 반갑게 맞으며 예우한 것인데 결국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