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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쓴 오이' 먹고, 하이힐 '개구리 점프'까지‥참는 이유?

[World Now] '쓴 오이' 먹고, 하이힐 '개구리 점프'까지‥참는 이유?
입력 2023-06-21 13:50 | 수정 2023-07-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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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속 성인 남녀 직원 12명이 오이처럼 보이는 초록색 채소를 먹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마치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는 것처럼, 그 속도도 느립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지켜보는 다른 직원들은 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남깁니다.

    직원들이 먹는 초록색 채소는 오이가 아니라 '여주(苦瓜)'입니다. 여주는 우리나라에서 '쓴 오이'로 불리는 열대 식물입니다.
    [World Now] '쓴 오이' 먹고, 하이힐 '개구리 점프'까지‥참는 이유?

    여주 [출처: 바이두]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어 당뇨와 고혈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특유의 쓴맛과 구토·설사를 유발하는 씨앗 때문에 섭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주를 먹는 사람들은 중국 장쑤성의 한 교육훈련업체 직원들입니다.

    이들은 주로 전화로 영업하는데,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벌칙으로 여주를 먹은 겁니다.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여주를 생으로 먹도록 강요당했다"며 이 영상을 공개했고,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어떤 직원은 "쓴맛의 쓰라림은 순간이지만, 인생의 쓰라림은 영원하다"며 "회사의 처벌은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측 또한 "직원들이 고안한 상벌의 일부"라며 "만약 그들이 여주를 먹고 싶지 않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본 중국 누리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누리꾼들은 "그런 굴욕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보다 해고하는 것이 낫다", "도대체 월급이 얼마나 되길래 이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느냐", "부모님이 이 장면을 보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몰라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 하이힐 신고 '개구리 점프' 50회‥이유는?

    지난해 9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부동산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회사에 정상 출근한 직원이 차를 옮기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하이힐을 신고 있는 여성에게 '개구리 점프' 50회를 시킨 겁니다.
    [World Now] '쓴 오이' 먹고, 하이힐 '개구리 점프'까지‥참는 이유?

    하이힐로 점프 50회 한 여성

    심지어 동료들 30여 명이 보고 있는 가운데요.

    굴욕적이었을 겁니다.

    결국, 여성은 근육 부상까지 입었지만, 회사 측은 "처벌 사유는 무단이탈"이라며 "여성에게 미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직원에게 여주(쓴 오이)를 먹게 하거나, 잠시 자리를 비운 직원에게 '개구리 점프'를 강요하는 행위는 노동법 위반 지적이 나옵니다.

    더헝 법률사무소의 노동 변호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노동법에는 직원들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계약과 규칙을 협상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돼 있지만,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협상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 "중국 청년실업률,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최악‥더 악화될 것"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의 청년 실업률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여주(쓴 오이) 먹기'를 강요당한 직원들의 나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상 속 이들의 모습을 보면 주로 20-30대 사회 초년생들로 추정됩니다.

    중국의 지난 5월 16-24살 청년 실업률은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2월 16.7%에서 반년도 안돼 4.1%p나 증가한 겁니다. 지난 2018년 10.1%와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선 올해 여름이면 1,158만 명,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졸업생들까지 배출됩니다.

    베이징대학교 거시경제연구소 루펑 소장은 SCMP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청년 취업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했다"며 "이 문제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고 당분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신규 대졸자들이 계속 배출되는 탓에 청년 실업률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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