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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키운 푸틴, 용병 반란 자초했다

호랑이 키운 푸틴, 용병 반란 자초했다
입력 2023-06-27 08:07 | 수정 2023-06-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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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 키운 푸틴, 용병 반란 자초했다

    '무장 반란'에 대한 입장 밝히는 프리고진

    용병 기업의 수상한 거래

    지난 주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이죠. 예브게니 프리고진. 용병을 이끌고 푸틴 대통령의 턱밑까지 진격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어제는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행동이 반란이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주장해서 또 한 번 푸틴의 속을 긁었습니다.

    프리고진은 사업 초기에는 용병과는 무관한 기업인이었습니다. 크렘린궁에 각종 행사 음식을 공급하고, 고급 레스토랑 사업을 하면서 돈을 모았죠.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은 이때 얻었습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을 주축으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설립한 건 2013년입니다.

    이듬해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과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을 지원하는 비밀 작전을 하면서 덩치를 불려 나갔습니다. 프리고진의 사업 목록에서 비정규 전쟁은 맨 위에 자리 잡았습니다.

    러시아 군비 전문가인 올렉산드르 다니류크는 지난 3월 30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기고한 글에서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국방부 간 거래 규모를 이렇게 추산했습니다.

    "프리고진 관련 기업들이 국방부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만 그 가치가 400억 루블(당시 약 8억 달러, 1조 원)에 달했다."

    다니류크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 동안 계약 규모는 915억 루블(약 1조 7천억 원) 규모로 증가합니다.

    이 거래는 거액의 러시아 국방 예산을 바그너 그룹의 계좌로 이체했다는 뜻이 됩니다. 물론 푸틴의 승인이 필요했을 겁니다.

    바그너 용병은 푸틴의 비밀 부대

    바그너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러시아의 비밀 작전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러시아가 탐낼 만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미국·서유럽에 맞서는 정치적 우군, 천연자원, 무기 거래.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최대 무기 공급국입니다. 푸틴이 아프리카를 중시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외국 분쟁 지역에서 바그너 용병은 은밀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러시아 정규군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리아,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말리에서 군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가리지 않고 친러 세력을 지원하고, 이권을 챙기고 있습니다.

    바그너 용병은 2015~2016년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전투에 참가했고, 수단에선 군사 훈련과 시위 진압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바그너 그룹이 준군사 작전을 통해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수단에서 금광 채굴권, 시리아에서 국영회사와 공동으로 원유·가스 개발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선임 연구원인 조아나 데 데우스 페레이라 박사는 바그너 그룹을 "푸틴의 도플갱어, 분신 같은 군대"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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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장 반란 후 철수하는 바그너 용병들

    푸틴의 비선 실세, 프리고진의 배신

    러시아에서 용병은 불법입니다. 러시아 형법은 용병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에 위협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군대가 합법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부대, 강력한 사병 집단입니다.

    이런 바그너 그룹의 특성 때문에 용병 대장 프리고진은 푸틴의 비선 실세가 됐습니다. 반란 직전까지는.

    프리고진이 왜 주군인 푸틴을 배신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용병들에게 다음 달 1일까지 정식 계약을 하라고 명령한 것이 갈등의 기폭제라는 겁니다. 국방부와 계약은 용병을 군 지휘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이고, 그건 프리고진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번 분란을 파벌 간 권력 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프리고진을 후원하는 파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자기 쪽 사람으로 교체하려다가 되치기를 당해 되레 프리고진이 궁지에 몰렸다는 겁니다. 푸틴이 전쟁 장수인 쇼이구 장관의 손을 들어 줬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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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 연설하는 푸틴

    KGB 출신 푸틴의 용병술이 화 불렀다

    푸틴이 용병 부대를 운용하는 방식은 자연스레 푸틴의 KGB 경력을 떠올리게 합니다. 국립 레닌그라드 법대(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를 졸업한 푸틴은 KGB에서 출세의 발판을 마련했죠. 옛 소련 붕괴 이후 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도 지냈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푸틴과 회담했는데,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전국 정치 무대에 뛰어든 푸틴은 옐친 행정부의 사다리를 숨 가쁘게 올라갔으며 (FSB 국장을 비롯한) 여러 직위에서 권력을 이용하여 동지를 가려내고 특혜를 베풀고 비밀을 수집하고 경쟁자를 물리쳤다."

    러시아 형법으로 금지한 용병 부대의 초법적 운용, 비선인 프리고진과 공식 지휘계통인 쇼이구의 충성 경쟁 유도, 그리고 이권 챙기기까지. 푸틴은 자신의 용병술을 철석같이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푸틴의 후광 아래 국방장관에 맞설 정도로 훌쩍 커버린 자신의 수족이 한순간에 배신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푸틴의 장악력과 정보망에 심각한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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