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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힘든 역할 피하는 건 배신! 배우는 도망가지 않는 게 숙명" [인터뷰M]

김희애 "힘든 역할 피하는 건 배신! 배우는 도망가지 않는 게 숙명" [인터뷰M]
입력 2024-02-07 16:54 | 수정 2024-02-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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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 '데드맨'에서 타고난 지략으로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컨설턴트 '심여사'를 연기한 김희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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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애는 작품 속에서 뛰어난 언변은 물론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인물로 중국 사설감옥에서 지옥의 삶을 살고 있는 '이만재(조진웅 분)'를 찾아내 이름도, 인생도 되찾을 수 있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네는 '심여사'를 그려냈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에 이어 올해 공개될 '돌풍'까지, 연달아 정치 관련 작품에 출연하는 김희애는 "정치 소재가 되지만 그게 주가 아니라 다른 결의 작품들이다."라고 선을 그으며 "'퀸메이커'는 대기업 해결사로 밑바닥으로 떨어져 복수하는 과정에서 문소리와 손을 잡으며 어쩔 수 없는 길을 선택했다면 '데드맨'의 심여사는 큰 판을 쥐고 흔드는 정치 컨설턴트로 레벨이 다른 파워풀한 여자다. 앞으로 소개될 '돌풍'은 3선 국회의원으로 거대 권력과 싸우는 이야기다. 정치라는 범주로 보이지만 완전 다른 이야기"라면서 각각의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희애의 최근 필모는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를 생각해 보면 그녀의 우아한 이미지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짐작이 된다. 그는 "배우로서 한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건 캐릭터로서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이미지를 이용해 반전의 역할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파격적인 장르물도 하고 싶고, 작은 역할일수록 더 좋다.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참여하고 같이 하는 과정이 더 의미 있기에 제 이미지가 1도 안 보이는 정반대의 캐릭터에 멋진 창작자들이 저를 떠올려주면 좋겠다."라며 파격 변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김희애는 "'윤희에게' 같은 역할이나 '내 남자의 여자' 같은 역할 등 나는 뭐가 와도 겁먹지 않는다. 그런 역할을 피하는 건 오히려 배신이라 생각한다. 배우로서는 어떤 게 오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피하지 않는 게 숙명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 때문에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멈추지 않고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1983년도에 데뷔해 지금까지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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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최근 작품으로만 김희애는 여성정치인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라 판단하기엔 그의 변신은 무한대였다. '아들과 딸'의 '이후남'의 모습도 있었고 '내 남자의 여자'에서의 '이화영'의 모습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밀회'의 '오혜원'으로 '특급 칭찬이야'라는 세월을 거스르는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미세스 캅'을 통해 형사의 모습도 보였으며 '허스토리'를 통해 걸걸한 부산사투리를 쓰는 '문정숙'을 연기, '윤희에게'에서는 첫 퀴어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부의 세계'로 흥행퀸은 여전함을 증명해 보인 김희애다.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역할의 성격을 가리지 않는 대범한 도전이었다. 김희애는 "남들이 나를 '이수남'으로만 기억할 때 김수현 작가가 나를 '내 남자의 여자'에 써 주셔서 연기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라며 김수현 작가의 천재적인 필력을 칭찬했다. 그는 "그런데 실제 저는 굉장히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 단아한 한국의 여상상 타입은 절대 아니다. 저는 지루한 삶을 좋아하고 지루함이 저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머리가 가볍다"라며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자신 간에는 괴리가 크다는 말을 했다.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치열하게 그 인물로 살지만 작품을 하지 않을 때에는 하루하루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김희애는 "아침에 일어나면 실내자전거를 타며 영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제 입맛에 맞고 제 몸에 맞는 음식을 만들고 집안일이 끝나면 좋아하는 예능이나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캐릭터로만 살아가는 건 정신적 빈곤함이 있다. 그런데 뭔가 끄적이고 음식을 만드는 일상을 유지하면 계속 앞으로 가게 해주더라. 마치 계획적인 삶처럼 보이지만 달리 말하면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지구에 발을 디디며 사람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그렇게 인간으로 잘 살아내는 게 좋은 배우로의 재료와 악기가 되기도 하더라."는 말을 했다. 수십 년 동안 여러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한번 사는 인생을 수십 개의 인물로 쪼개서 사는 느낌이 드는 것일 것.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균형감을 맞춰 살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과 시도를 한 끝에 찾아낸 삶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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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인지 김희애는 "세상과 연결되면서 동시에 단절되어 있다"라며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했다. 일례로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유명한 외국의 안무가가 '내 남자의 여자' 속 김희애의 연기를 보며 드라마틱한 리액션을 했던 장면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런 일도 누가 영상을 보내줘서 봤다고 하며 "그분이 누구예요?"라며 되려 구체적인 상황을 기자들에게 되묻는 그였다. 그 장면 때문에 당시 IPTV에서 '내 남자의 여자'의 재생수가 130% 상승했다는 말에 "처음 듣는 말"이라며 더 놀라는 김희애는 자신과 관련된 일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동년배 연기자들에 비해 유독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희애는 "좋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기나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책이 많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콘텐츠의 알맹이인데 제작비만 쏟아붓는 건 정답이 아니라 생각한다.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환경이면 좋겠다"며 지금의 어려운 영화계를 위한 소신을 밝혔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일 '돌풍' 외의 또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작품을 상상하고 기다리고 있다. 배우는 선택되는 직업이니까 기다리는 수밖에"라는 답을 하며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영화 '데드맨'은 오늘부터 전국 극장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콘텐츠웨이브(주)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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