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씨'는 툭하면 프사가 바뀌는 여자 이미나의 20대 연애기를 그린 하이퍼 리얼리즘 로맨스 드라마. '중소기업판 미생'이라 불린 화제의 드라마 '좋소 좋소 좋소기업'(이하 ‘좋좋소’)에서 김태영이 연기한 이미나 대리가 주인공인 스핀오프 시리즈다.
시즌5까지 제작된 '좋좋소'의 흥행 이면에는 많은 오피스 드라마들의 그림자를 남겼다. 화려한 대기업과 떠오르는 스타트업, 높이 솟은 건물 안 샐러리맨들의 고군분투. 오피스의 짠내 나는 현실을 다룬다는 드라마들조차도 상투적인 배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좋좋소'가 그린 현실은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공감 그 이상의 소름 돋는 기시감을 안겼다. 어리숙한 사회초년생 주인공 조충범(남현우)을 필두로 각 인물들의 지독하게 현실적인 초상이 마치 나의 직장 생활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기에.

'좋좋소' 스핀오프 출연 제안도 이때 받은 것이다. 김태영은 "그때는 못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가, 1년 후에 다시 연락을 받았다. 2부까지 나와 있었던 대본을 보여주시더라. 대본을 받아보니, 그 뒤의 에피소드들이 궁금해졌고 이 프로젝트가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출연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 '좋좋소'로 거둔 성과에 계속 안주할 수가 없었단다. "'좋좋소'가 끝나고 내 활동이 어떻게 될지, 미래가 불투명했다. 계속 이미나 캐릭터를 고집해서 촬영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고민했다. 그래서 쉽사리 참여하겠다고 말씀을 못 드렸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담감을 극복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은 들더라"며 "연기를 배웠을 때부터 항상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당연히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좋좋소의 톤 앤 매너와 얼마나 다를 것인지, 또 어떤 콘셉트로 이 작품이 연출될지 흐릿하더라. 처음엔 연기 톤을 잡는 게 힘들었지만, 제일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대본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미나씨'는 지금의 '좋좋소' 이미나 대리를 만든, 과거의 남자친구들과의 연애사를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대학 신입생 시절 군대에 보낸 첫사랑 연우(임현수)를 시작으로 영화광 세준(고도하), 취준 스터디장 재홍(박도규), 대기업 직장인 수혁(문시온), 자유분방 연하남 하준(이태형)과의 지난한 연애가 이미나의 20대를 만든다. 개중에는 쓰레기 같은 '똥차'들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기도 하나, 그것마저도 청춘의 일부였음을 보여준다.
김태영 역시 "남자친구들과의 연애사는, 결말에서 미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 위한 에피소드였다"고 해석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가슴 아픈 미나의 과거사는 다름 아닌 가족이다. 언니, 엄마와의 응어리진 감정들이 이미나의 현실을 내내 짓누르나, 결말에 이르러 해소에 가까워진다.

'미나씨'를 연기하며 자신의 20대를 떠올리기도 했단다. 김태영은 "20대 초반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스물두 살에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난 후로는, 연기 하나만 바라보고 삶을 살아왔다"고 닮은 점을 이야기했다. 반대로 달랐던 점은 연애관. 이미나와는 많이 다르다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미나와 달랐던 점 또 한 가지. 그와는 달리 '기본 프사'를 유지한 지 오래됐다는 그다. "나도 20대 초중반까지는 내 감정 상태에 따라서 많이 바꿨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걸 방치해 두고 있더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이 (내 프사를) 굳이 관심 갖지 않을 것이라는 걸 느낀 후부터는 프사를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대의 미나에게 자신을 투영할 시청자들에게도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감히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만은, 나도 나름대로 20대를 다 보낸 사람의 입장에선 아직 고군분투 중"이라면서도 "20대 때는 뭐든 해보려 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들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다 보면 하나씩 자신만의 기준과 가치관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태영의 하이퍼 리얼리즘 연기가 빛난 '미나씨'는 지난 7일 왓챠에서 전편 스트리밍으로 공개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왓챠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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