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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김나박이'에 가둘 수 없는 천생 가수 [인터뷰M]

김범수, '김나박이'에 가둘 수 없는 천생 가수 [인터뷰M]
입력 2024-03-02 12:01 | 수정 2024-03-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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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박이'를 아는가. 가수 김범수는 대한민국 4대 보컬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 중 맨 앞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도 있으나, 분명한 건 그가 스스로 쓴 왕관은 아니었단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짓눌렀던 막대한 부담감을, 이번 앨범으로 훌훌 털어냈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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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김범수는 iMBC연예와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정규 9집 '여행'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범수가 10년 만에 낸 정규 앨범 '여행'은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시기에 발매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타이틀곡 '여행'에는 아티스트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냈다. '여행'을 비롯해 '너를 두고', '그대의 세계', '걸어갈게', '각인', '나이', '머그잔', '꿈일까', '너는 궁금하지 않을 것 같지만', '혼잣말', 'Journey'까지 총 11곡이 수록됐다.

    그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게을리 작업한 건 아니었다"며 10년 만에 낸 정규 앨범에 대한 소감으로 운을 뗐다.

    이유 있는 항변(?)이 이어졌다. 김범수는 "나름대로 활동을 계속했었다. 그런데 피지컬 음반이 나오지 않으니 결과물이 없는 것 같더라"며 "작업을 하면서도 공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차트 시장도 많이 변했고, 차트인도 쉽지 않다. 지루한 작업들이 계속 연속되는 기분이었다. 작업 결과에 대한 허탈한 마음도 들더라"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분명히 두려움은 존재했다. 데뷔 25년 차, 관록의 보컬리스트에게도 피지컬 음반을 내는 일은 단순히 음악적 욕심만으로 이뤄질 수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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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 발매도 하나의 산업이고 상업적인 행위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어요. 당연히 정규 앨범을 꾸준히 내고 싶어요. 이번에 11트랙을 작업했는데, 그중 한 곡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도 힘들어요. 나머지는 사장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가수로서의 책임감이, 그를 이끌었다. "그러다 10년이 흘렀다.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더라. 팬들에게 올해를 맞이하는 선물 하나는 갖고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게도 가수 생활을 하면서 선물이 되는 앨범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노래에 힘이 빠졌다. 가장 달라진 변화는다. 타이틀곡 '여행'은 파워풀한 가창력을 가진 김범수의 이미지가 흐릿해지는 곡이다. 힘을 빼고, 감정의 본질에 주목했다는 그다.

    김범수는 "어느 순간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달라져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니멀한 음악들이 주류를 이뤘단다. 최유리부터 이상순, 선우정아 등 가수들의 곡들이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다. 타이틀곡 작사, 작곡을 까마득한 후배 최유리에게 일임한 이유다.

    그는 "똑같은 슬픔을 부르더라도 달라졌다"며 "예전엔 울부짖고 절규하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면, 이번에는 그 슬픔을 겉으로 다 드러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주 오래된 슬픔에 대한 회상에 감정의 포커스를 맞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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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리에게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김범수는 "제목이 '여행'이길래 가사를 봤더니 이 안에 너무 큰 번뇌와 갈등, 과거에 대한 후회가 다 담겨있더라. 내 25년 음악 인생까지도. 성공보다 실패에 대한 것들이 이 곡에 비춰져있었다. 잘했던 순간도 있지만, 넘어졌던 시간들이 먼저 떠오르더라. 앞으로 가야할 여행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범수는 후배 가수 최유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유리의 곡엔 요즘 세대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현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결핍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는 결핍이 아닌, 가득찬 잔에 작은 구멍 하나 뚫려 있는 것만으로도 결핍이라 느끼는 시대다. 그래서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것 아닐까. 나도 그런 경험을 할 때 최유리의 노래를 듣고 큰 힘이 됐다. 이번 노래에도 그런 정체성을 담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떠올렸다.

    어떤 노래든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천생 보컬리스트 김범수. 1999년 1집 앨범 'A Promise(어 프로미스)'로 데뷔한 발라드 가수다. 대한민국 최초 빌보드 입성 가수로도 명성을 지키고 있다.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해왔던 그였지만, 2011년엔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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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동안 가수를 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단다. 그는 "한 가지 일을 오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며 웃었다. "음악을 좋아해서 한 것이지만, 내가 정말 좋아해서 한 걸까 항상 의구심이 들더라. 결국 들은 생각은, '이것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감사하게도 난 노래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 이문세, 조용필, 패티김 선배님들처럼 정말 노래만 하다 노래로 은퇴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여전히 '김나박이' 수장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에게, '김나박이' 타이틀은 무한한 영광이자 한때는 벗고 싶었던 굴레가 되기도 했다.

    김범수는 "이 타이틀을 '빨리 떼어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어느 순간 그 무게감이 너무 느껴지더라. 감사하지만 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건 짐처럼 내려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활동하면서 내가 쌓아온 업적들과, 대중들의 씌워진 왕관이다. 그래서 그걸 내려놓으려고 이번 앨범 작업을 했고, 최대한 힘을 뺐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 발라드 가수에게 아낌없는 애정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 시절 우리가 누렸던 영광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요즘 장르 구분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좋은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명제는 언제나 진리다. 계속 자기 음악을 하다보면 좋은 음악으로 인정받을 거라 생각한다. 꾸준히 (정통 발라드를) 계승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범수의 정규 9집 '여행'은 지난 2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영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의 저작권은 i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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